“자동차 보험사기, 내 손안에 있소이다”

오피니언 / 최윤지 / 2006-10-30 00:00:00
삼성화재해상보험 특수조사파트 이종규 과장 보험사기조사의 대부···‘마스터 키튼’이란 별명도

약간 짧은 듯한 머리스타일과 가느다란 안경테 너머의 눈빛이 날카로운 이종규 과장은 전직 경찰출신으로 97년 삼성화재보험에 입사해 특수조사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사밥’을 10년 가까이 먹는 동안 경찰 특유의 위압적인 색채는 벗었지만 사실상 ‘수사권만 없는 형사’ 노릇을 계속해오면서 배인 분위기는 그를 일반 회사원의 풍모와 구별짓고 있었다.

이 과장은 경찰 재직 시절 교통사고조사계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2년 안양, 성남, 하남, 안산 등 경기 일원 토착 폭력배가 개입된 대형 보험사기단 265명을 적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험범죄방지 우수조사요원으로 선정되는 등 자동차 보험 사기사건 적발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다.

그가 처음으로 적발한 보험사기는 수원 유흥가 주변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를 대상으로 한 고의 사고였다. 일방통행로에서 충돌사고가 나면 주행방향을 지키지 않은 쪽이 100% 과실이라는 점을 악용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로 가장한 것.

비슷한 사례로 여러번 보상을 받은 이력에 의구심을 품은 보상과 직원의 의뢰로 조사에 착수한 이 과장은 보험관련 정보집적시스템도 미비했던 당시, 직접 각 보험사를 돌면서 개별적으로 자료를 수집, 무려 48명의 가담자가 연루된 피라미드식 보험사기였음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다보면 일종의 ‘감’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일단 선입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최대한 보험사기의 개연성을 갖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과학적 수사를 신봉하던 형사와 그의 지론은 같다. 이른바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의혹이 가는 사건의 생기면 보험 가입시의 계약 조건과 과거 보험금지급 이력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황에 따른 심증을 굳히는 경우가 많다.

“사건 발생과 근접한 시점에 집중적으로 관련 보험에 가입했다거나 과거 유사한 사례로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가 반복된다면 일단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사고 관련자에 전과자가 개입돼 있을 때도 마찬가지구요. 보험사 자체 조사팀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사고 당시의 정황과 예전 기록들을 토대로 혐의를 발견하면 검·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데 의뢰 후에도 보험사기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증거 수집활동은 보험사 조사팀이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자료가 완벽히 갖춰지기 전에는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분석자료를 만드는 그의 철두철미함은 부서 내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보험사기 수사를 담당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에 대해 보험범죄에 대한 법률적 개념조차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상황을 들었다.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고 피해자인양 가장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탔다가 적발돼도 전체적인 죄명은 전부 ‘사기’입니다. 졸지에 가해자가 돼버린 상대편에겐 부당한 일이지요. 이러한 고의 범죄를 최소한 ‘폭력’ 수준으로만 인정해도 처벌 강도가 높아질 겁니다”

보험사기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그가 꼽는 시급한 개선 사항이다.

“보험사기로 빠져나가는 돈이 단순히 보험회사만의 손실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겨야 합니다. 그런 사기로 인해서 전체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일반적인 보험가입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셈이지요. 사기를 적발해서 회사의 손실액을 줄인다는 보람도 있지만 더 넓게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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