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탄생 100주년 행사 의미는...조원태 회장 측 '결속력' 강화

경제 / 최봉석 / 2020-03-05 17:44:33
한진그룹 경영권 어디로 D-22…'주총 표심잡기' 대충돌 가속도
한진그룹이 5일 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약 6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한진그룹이 5일 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약 6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이 5일 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약 6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한진칼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신규 사외 이사 추천안, 사내이사 연임 및 신규 추천안, 배당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 7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7일 개최키로 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전날 추천한 사외·사내이사 후보는 총 7명으로 사외이사는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준법 경영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내이사는 수송 물류 산업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됐다. 특히 한진칼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등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점을 고려해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늘렸다.


한진칼은 조현아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후보 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뛰어난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주,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하 사외이사 후보들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 임직원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원태 회장을 중임함으로써 조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전문 경영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현재 추진 중인 지배구조,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발전 방안을 지속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또 다른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조하며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조현아 측 '3자 연합 공세'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한진그룹 일가는 '조중훈 창립주 탄생 100주기 추모행사'를 계기로 결속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추모 행사 개최 소식을 짧게 알린 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수송보국(輸送報國)' 철학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동맥인 수송 사업을 발전시켜 대한민국 국가경제를 발전시킨 인물"이라며 "2002년 조중훈 창업주가 타계한 후에도 그의 탁월한 경영철학, 수송산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진그룹을 통해 계승, 발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영자의 독창적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사업은 예술과 같다" "낚시대를 열 개 스무 개 걸쳐 놓는다고 해서 고기가 다 물리는 게 아니다. 진정한 낚시꾼은 한 대의 낚시대로도 많은 물고기를 잡는다" 등과 같은 조중훈 창업주의 평소 발언을 언급했다.


얼핏 조중훈 창업주가 '국민 경제와의 조화'라는 거시적인 경영철학 속에 한진그룹이 국민경제와의 조화를 이루며 국민의 복지에 기여하고자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세력에 대한 전의를 다진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추모행사에는 조원태 회장은 물론,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조원태 회장 측과 이에 맞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 간의 여론전이 이미 불붙은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추모행사를 전후로 거듭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KCGI, 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한진칼 경영권 장악을 꿈꾸고 있는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무런 사전 통보조차 없이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껄끄러운 경영권 갈등 이슈를 가급적 피하면서 3자 연합이 다음 주사위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제스처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현 경영진에 의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오너 일가를 비롯해 노동조합 등 그룹 임직원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국민의 공분을 발판삼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던 자들이 말도 되지 않는 밀약과 야합을 하는 것은 한진그룹 노동자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태"라며 "검은 자본을 이용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회사와 한진그룹을 망치지 않도록 하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를 지원하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도 앞서 성명을 내고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 경영진은 국내 항공 및 물류 분야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수십년간 최고의 경험을 축적하고 노하우를 겸비한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라며 "이들을 필두로 한진그룹 전 구성원이 '수송보국'이라는 창업 이념 아래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여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 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우 운항, 객실, 정비 등이 협업으로 이뤄지는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 연계돼 있기에 전문성을 지닌 현 경영진을 배제하고 이 분야에 문외한인 다른 외부 인사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일부 직원들은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돌입했다.


한편 한진칼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5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또한 한진칼은 이사회 다양성 제고를 통한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에 포함했다.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후보 전체가 주주총회 통과시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되며, 이는 지주회사의 통상적인 이사회 규모인 7~11명에 해당된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재무·지배구조·준법경영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한진칼은 최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보상위원회, 거버넌스 위원회 등을 신설키로 한 바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이사회 및 각 위원회의 충실한 역할 수행을 위해 독립적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했다.


이사회는 특히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한진칼 대표이사를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원태 사내이사 후보는 지난 17년간 IT, 자재, 여객, 화물, 경영전략, 기획 등 대한항공 핵심 부서 근무 경험을 축적한 항공 물류 전문가로 특히 지난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 후 항공운송사업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불구 2년간 10%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등 회사 성장 및 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함으로써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조 후보는 그룹의 투명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배구조헌장 제정·공표, 보상위원회 신설 등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했으며,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그룹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며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 임직원으로부터 투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중임함으로써 경영 안정을 꾀하고, 현재 추진 중인 지배구조,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발전 방안을 지속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진칼 이사회는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은용 사내이사 후보는 한진그룹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재무·전략 전문가로 대한항공 해외영업지점, 재무본부, 경영기획실, 항공우주사업본부, 운항본부, ㈜한진 재무담당, 한진정보통신 감사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한진칼과 대한항공 최고 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하 후보는 경쟁업체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 글로벌 무역분쟁,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그룹 재무 안정성 제고 및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3자 연합은 앞서 지난달 13일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을 각각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각각 Δ김신배 전 SK 부회장 Δ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동총괄 부사장 Δ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Δ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등 4명과, Δ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Δ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 교수 Δ이형석 수원대 공과대 교수Δ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이다.


하지만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의 경우 5일 만에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진사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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