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사 도돌이표’와 ‘다크 투어리즘’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10-23 16:33:27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기 붕괴로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으며, 11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인명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반년만의 일이다.


이러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은 성형을 한 듯 판에 박혀 신문 1면을 장식한다. 이번 참사를 두고도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얘기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서울 도시 곳곳에는 수백 개의 환풍구가 인도위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건강상으로도, 안전상으로도 절대로 인도위에 설치되어서는 안 된다. 환풍구에서 나오는 공기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도 포함되었으며, 눈이나 피부에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도 절대로 환풍구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거리응원을 시작했던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환풍구를 노면에서 5m 이상 높이로 설치해 배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환풍구를 통해 나오는 질 나쁜 공기를 사람들이 흡입하는 것을 막고, 또 거리 응원 중 이번 참사와 같은 안전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풍구 펜스에 관한 규정은 1m 이상으로 하는 것이 의무도 아닌 권장 사항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시야를 가리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환풍구를 도시 미관과 조화가 잘되도록 조경을 하거나, 광고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먼저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이번 판교테크노밸리 공연 주최 측에 40명 정도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라고 구두로 얘기했을 뿐 행사 당일 현장에서 안전 지휘를 하진 않았으며, 분당소방서에서도 안전점검을 요청했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주관사인 이데일리는 서류상 4명의 안전요원이 있었을 뿐 이 역시 가짜였다.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점검을 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안전시계’는 여전히 그 이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1일은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당시 사고로 희생당한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사고가 난 지 20년이 흘렀어도 꽃 같은 자식을 잃은 어느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러한 뼈아픈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그 아버지가 흘린 눈물처럼 이런 기억을 쉽게 지우지 말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크 투어리즘’이 필요하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참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당시 무너졌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자리에 박물관을 지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미국은 매해 9월11일이면 테러가 일어난 그 시간부터 두 번째 건물이 무너진 102분 동안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특수 설계를 했다.


어두운 역사나 참사 현장을 관광지로 만드는 이유는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알리려는 목적이 크다. 미래에 대한 최고의 예언자는 과거라고 한다. 망각의 늪 속에 빠지면 과거가 없고, 과거가 없으면 반성이 없고, 반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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