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형 실거래 상환제도 부활, 사용량-약가 연동제 강화 등 약가 인하 정책 시행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제약업계 반발이 거세다. 관련사진은 지난 2011년 열린 한국제약협회의 약가 인하 정책 반대 집회 모습
시장형실거래가제, 약가연동제 업계 최대이슈 부상
보건 당국 “국민 위한 효율적 약가 정책 필요”
제약업계 “실효성 없고 시장 혼란 가중” 반발
약가 정책을 놓고 보건당국과 제약업체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약품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 방향 움직임이 일자 제약업체가 적극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형 실거래가제 부활과 약가연동제를 둘러싼 보건 당국과 제약업계간 논쟁이 뜨겁다. 의약품 가격 인하와 이를 통한 보험재정 확대를 실현하려는 보건 당국의 정책 목표와 이에 따른 시장 타격을 우려하는 제약업계의 반대 입장이 서로 부딪히는 형국이다.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부활…실효성 두고 논란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부활이 최대 이슈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중단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내년 2월 1일부터 다시 시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제약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는 병의원이나 약국이 의약품을 상한금액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면 실제 구입금액과의 차액의 70%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해당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실제 거래가격으로 인하하는 제도다. 환자들이 실구입가에 따라 본인 부담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득을 보는 제도다.
예를 들면 상한금액이 1000원인 약제를 의료기관에서 900원에 구입하게 되면, 차액의 70%인 70원을 의료기관이 인센티브로 지급받게 되고 환자는 900원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지불하면 된다. 이를 통해 실제거래가격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약가 인하를 촉진하는 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도입된 이 제도는 약가 제도 개편 등으로 약가가 큰 폭으로 인하 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제도 재시행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제약업계는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제약사와 도매상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제약업계는 이 제도가 의약품의 저가 구매, 유통 투명화, 보험재정 절감의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유통질서 문란 등 각종 폐해를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제약사협회는 10일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책건의문을 복지부에 전달하며 “실익도 없고 당위성도 적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일괄 약가인하 단행과 약가 제도 전면 재편으로 시장형 실거래가제에서 기대한 정책 효과를 이미 달성했다며 재도 부활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16개월 제도 시행 결과 약가 인하율은 1% 내외로 저조했던 반면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인하 등 약가제도의 전면 재편으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로 얻을 수 있는 약가인하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약가인하제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본인부담금 경감액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 이상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을 야기해 병원의 양극화가 심화 되고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의약분업 제도와 상충돼 국민에게 이중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음성적 리베이트를 합법화하는 제도이자 ▲‘1원 낙찰’ 등 비정상적 거래를 부추기며 ▲종합병원 거래가 많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집중 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보건당국이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당장 별도의 약가관리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의 정책목표에 따른 제도의 효과 평가’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약가사후관리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 최근 그 연구 결과를 마무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결과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의 제도상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현행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가 문제점도 노출돼 있지만 새로운 약가정책을 내놓는 것 보다는 현 제도를 보완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제도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노출돼 있는 상태”라며 “제약사와 병원 모두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국민들의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올해 말까지 결론을 내리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업계가 제도 폐지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어떠한 답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용량-약가연동제 강화…다국적제약사 ‘발끈’
시장형실거래가제 부활 논란 만큼이나 보건당국의 사용량 약가 연동제 강화 방안이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16일 사용량 약가 연동제 개편안을 통해 한 품목에서 전년대비 1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약값을 평균 2.8%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판매금액이 전년보다 50억원 이상 늘어난 의약품도 약가 인하 대상에 추가하고 올해까지는 전년대비 60%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의약품에 대해서만 약가를 인하키로 했다. 복지부가 추산한 대상 품목은 28개, 연간 절감액은 298억원 수준이다.
즉 당초 예상보다 많이 팔리는 대형 의약품 값을 집중적으로 낮춰기로 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를 통해 약가 인하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내년부터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인하 대상 폭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제약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당국은 올해 초 사용량 약가 연동제 개편안과 관련해 “제약업계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제약사는 업계 사정을 무시한 개편안이며 불만이 거세다.
제약업계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제약사들의 주력 의약품의 약가 인하로 막대한 매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많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신약 개발로 매출이 증가할 경우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돼 부담만 가중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에 따라 투자 등이 어려워져 제약업계 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편안이 실시되면 당장 내년부터 타격을 받게 될 제약사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종근당 등 대형 제약사가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년대비 판매량 증가수준과 금액부분 기준에 부합되는 유한양행의 고혈압약 트윈스타, 한미약품 고혈압약 아모자탄, 종근당 고지혈증약 리피로우 등이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몇몇 제약사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의 판매량 등에 대한 실물레이션을 실시하며 제도 실시, 이에 따른 결과를 복지부 측에 전달해 개편안에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형실거래가제 부활과 달리 제약업계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는 잠잠한 반면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은 ‘한국시장 철수’ 까지 언급하며 개편안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지는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성공에 오히려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혁신형 의약품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막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일각에서는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대상 폭이 늘어나게 되면 한국에서 사업을 꾸려나가기 힘들다”며 보건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 한 다국적의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과 의약품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제도로 우수한 의약품의 국내 도입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측은 “복지부가 논의해왔던 사항을 저버리고 제약산업의 현실과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정책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 개편안 시행으로 적용되는 고성장 대형 의약품의 대다수가 다국적사 제품이기 때문에 몇몇 대형 제약사를 제외하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대형 성장의약품 대부분을 다국적사가 차지하고 있는 씁쓸한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온도차”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약가연동제 반발에 대해 복지부 측은 “리베이트가 포함돼 있는 국내 약값이 다른나라에 비해 비싸 약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관련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정부가 복지 정책 확대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데다 여러 해 동안 약업계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며 의료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모색은 지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원 부족으로 보험재정 확대하기 위한 보건 당국의 정책 모색도 약가 인하 정책과 맞물리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건보재정의 흑자유지에만 몰두하지 말고 업계 입장에서도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며 보건 당국의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현 정부의 보건 복지 확대 의지와 맞물려 약가 인하 정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보건 당국, 시장타격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제약업계간 힘겨루기가 한 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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