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넥센의 선전을 이야기할 때 이장석(47) 대표이사를 빼놓기는 어렵다. 2008년 창단 당시 숱한 의구심과 비난에 직면했던 이 대표는 넥센의 재정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박병호·송신영 등 굵직한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을 강화했다.
이 대표는 “창단 후 6년이 지나서야 ‘재정’이나 ‘돈’이 아닌 ‘성적’이 주요이슈가 됐다”고 활짝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국 프로스포츠가 대기업 없이 혼자 자립화, 산업화를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넥센이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2008년 창단부터 지난해까지 5년은 ‘시행착오’, ‘좌충우돌’, ‘위기극복’ 등 3가지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2008년 현대 야구단을 처음 인수했을 때는 무지함과 무인맥에서 시작했고 그 결과 커다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해부터 초대 감독과 단장이 모두 나가고 메인스폰서였던 우리담배는 돈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 좌충우돌은 장원삼·이현승·이택근을 현금을 받고 판 것이다. 요새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는 말로 ‘흑역사’이자 치욕의 역사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이 내게 ‘사기꾼’, ‘장사꾼’, ‘냉혈한’이라고 했지만 나 역시 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돈 때문에 선수를 팔아야 했기 때문에 구단 대표로서 모멸감과 슬픔이 정말 컸다. 2010년부터는 넥센이 메인스폰서로 들어오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고 2012년부터는 전력강화 등 장기적인 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넥센 하면 ‘현금’, ‘돈’, ‘재정’이 항상 주요이슈였는데 창단 후 6번째 시즌인 올해는 성적이 주요 이슈가 됐다. 가을야구 진출은 우리를 아껴주신 여러분을 위한 기본 사명이다. 올해 첫 발을 잘 디뎠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가을야구여서 정말로 감회가 깊다.”
-올 시즌 넥센의 선전 비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4·5월 성적이 좋았던 것은 스프링캠프 때 준비가 잘 됐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은 4월에도 계속 시험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한 대로 했기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6월 부진은 음주파동과 심판오심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른 팀들이 6월쯤에는 우리 팀에 대한 분석을 끝내 더 이상 4·5월처럼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 상승세는 모멘텀 관리가 바탕이 됐다. 지난해에는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혹사가 많았는데 올해는 관리가 잘 됐고 그게 9월 반등으로 이어졌다. 오재영과 문성현의 선발 보직은 염경엽 감독의 훌륭한 결정이었다. 특히 오재영은 불펜 투수로 나가면 첫 타자 피출루율이 매우 높다. 중간계투로 뛸 때보다 얼굴도 훨씬 밝아진 것 같아 보기 좋다.”
-스카우트를 총책임지고 있다. 야구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2010년 드래프트 이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스카우트를 직접 맡고 있다. 조언을 듣고 참고하지만 최종 결정은 나와 남궁종환 부사장이 한다. 결국은 내 선수를 고르는 일이니 구단의 주인인 내가 해야 한다. 우리가 자동차를 만들 줄은 몰라도 좋은 자동차를 고를 수 있는 것처럼 야구도 마찬가지다. 식당 사장님이 모두 주방장 출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는가. 2008년의 이장석은 선수 보는 눈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목숨을 걸고 6시즌을 치렀고 프로경기도 700경기 이상을 봤다.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경기까지 하면 1500~1700경기가 훌쩍 넘는다. 눈을 감으면 우리 선수가 어떻게 던지고 어떻게 치고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절대로 야구 내공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넥센은 언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겠는가. (넥센은 매년 약 250억원 정도를 쓰고 220억원 가량을 번다. 약 30억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3년 내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에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손익분기점을 찍는 순간 본격적인 자립화와 산업화가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모기업이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구단도 있다. 광고나 스폰서십 등은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네이밍 스폰서 없는)서울 히어로즈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
-야구단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 스포츠는 대기업의 지원 속에 곱게 자란 화초다. 나는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화의 개척자로 남고 싶다. 야구에 뛰어든 이유도 산업화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수입과 중계권료, 스폰서료로 충분히 자생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중계권료가 턱없이 낮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현재 우리 구단의 자립화는 60% 정도라고 생각한다. 500억원 정도를 벌고 그만큼을 써야 100% 자립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넥센 히어로즈의 대표는 계속 이장석인가.
“매각에 대한 질문인가.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다. (한숨을 쉬며)나도 이제 곧 50세다.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30년 정도 남았다. 그것도 힘없는 30년일 것이다. 나는 ‘이장석’이라는 이름이 중요한 사람이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뒤 몇 백 억을 받고 매각한 사람’이라고 남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많은 의심과 욕을 먹으면서 고작 남는 것이 돈뿐이었다면 시작도 안했다. 야구단은 내가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거기다가 미래도 보인다. 야구단을 매각하면 나는 바로 실직자가 되는데 내 직장을 스스로 어떻게 걷어차겠는가. 우리 야구단은 직원이 170명밖에 안 되지만 연간매출이 10조원이 넘는 회사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들어오기 힘든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일원이자 이제는 팀 전력도 괜찮은 넥센의 대표다. 매출 10조원이 넘는 총수가 전혀 부럽지 않다. 지난 5년간 2군에서 내공을 쌓았다고 하면 이제 막 1군 무대에 데뷔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군 생활을 어떻게 할지 잘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이장석 대표
196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금속공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인시아드(INSEAD) MBA를 이수했다. 이장석 대표는 1989년 보잉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비즈니스 월드 CEO(1990~1995년) △메릴 린치 M&A부 런던 어소시에이트 △ADL(아서디리틀) 코리아 부사장·글로벌 파트너 △MaxEV 대표이사 △매버릭웨이브 싱가포르 CFO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다.
정리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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