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식교환 무효소송 포기 vs 국회ㆍ시민단체, 맹비난
여론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 포기 따른 책임추궁 확산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완전합병을 위한 주식교환을 실시함에 따라 외환은행의 2대주주로서 지분 6.12%(3950만주)를 주당 7383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주식 매수가격이 장부가(주당 1만원)에 못 미치자 한은은 1034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봤고, 헐값에 매각한 데 대해 하나금융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내야 한다며 한은을 압박했지만 한은이 주식교환 무효소송 제척기간 만료날인 지난 7일 무효소송을 포기하면서, 국회와 시민단체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한은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 추궁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 ‘승소할 가능성 낮아 소송포기’...시민단체 비난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승소 여부를 떠나 소 제기 자체가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일반은행과 소송에 나섰을 때 발생할 시간과 비용도 골칫거리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정환 한은 금융검사분석실장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고 승소하더라도 상법상 외환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되팔아야 하는데 주당 7383원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지난달 12일 법원에 신청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에 진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 실장은 이어 “소 제기 시 수년간 소송에 매달리면서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며 “패소했을 때의 평판 리스크 등 도의적인 책임도 부담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회와 시민단체는 한은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법무법인에 의뢰해 당사자 적격여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한은에 전달했음에도 소송을 포기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김중수 총재에게 세금 손실의 배상 문제를 추궁하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은 측은 이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조정환 실장은 “금융위 가격조정신청과 법원 가격결정청구 같은 조치를 포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면서 “직무유기나 배임에 해당될 여지가 없을 뿐더러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운운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근거 없이 중앙은행의 신뢰에 흠이 될 수 있는 직무유기나 배임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회와 시민단체가) 민·형사상의 소 제기에 나선다면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대응 수준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은,국정감사 앞두고 ‘매수가격 결정청구’ 제기 꼼수?
사실 이번 ‘외환은행 주식 헐값 매각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한은이 외환은행 주식의 가격을 올려달라고 법원에 적정가격을 정해줄 것을 청구하면서 부터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식 교환 과정에서 외환은행 주주에게 제시된 1주당 7383원의 매수가격이 적정한 지 판단해달라는 ‘주식매수가격 결정청구의 소’를 냈다.
외환은행의 2대주주로서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던 한은은 지난 4월 하나금융이 주식교환을 통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유주식 3950만주를 하나금융에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합병할 당시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 주식으로 변경하는 ‘포괄적 교환’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한은은 영리기업 주식 소유가 금지돼 있는 한은법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해야했다.
문제는 하나금융에서 제시한 주식매수가격이 주당 7383원으로 한은의 취득가인 1만원보다 낮아 장부상으로 1034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데 있다. 하나금융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과거 평균치를 따져 계산한 적법한 매수가격이라고 주장했지만, 합병을 반대해온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는 외환은행 인수 절차가 부당하다며 대주주인 한은이 주식교환 자체를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은은 4개월이 지난 지난달 25일에서야 ‘매수가격 결정청구’를 제기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안팎에서 국정감사를 앞둔 면피용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주식교환 무효 소송과 관련해서는 내달 5일까지 소 제기 여부를 정하겠다”는 등 한은의 소극적인 태도에 국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일 한국은행이 주식교환무효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법률자문의견서를 한국은행에 전달했다.
박 의원이 법무법인에 의뢰해 자문 받은 의견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했어도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이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매수가격결정청구 소송과 병행해 주위적·예비적 목적의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진행할 실익도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포기하면서 결국 국회와 시민단체가 한은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한은은 주식교환 무효소송 대신 주식매수가격 결정청구에 전력을 다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돈 몇 푼 더 달라’는 비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은행의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 포기에 따른 책임을 추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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