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수십개 현지법인에 ‘1700억’ 부당대출
KB측, 5년간 사실 인지 못해…내부통제 논란 가중
도쿄지점, 4월에도 돈세탁 혐의들통...관리·감독 심각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8년부터 약 5년 간 수십 개의 일본 기업에 1700억원 이상의 돈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민은행 본점이 5년동안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에야 이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금융계 안팎으로 국민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한 부당대출해간 기업 배후에 실질적인 소유주가 따로 있으며, 사건과 관련된 직원들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전해져 사태의 파장과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銀 도쿄지점, 부당대출·돈세탁 등 잇단 금융사고…내부통제 논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20여개 현지 법인에 1700억원 이상의 돈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조사인력 4명을 파견해 특별 검사를 실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국민은행도 도쿄지점장을 지낸 이 모씨와 직원 2명 등 3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이들은 현재 대기발령 난 상태다.
이 직원들은 지점장 전결로 대출할 수 있는 한도를 지키기 위해 친인척을 포함한 타인 명의로 서류를 꾸며 여러 건의 대출이 이뤄진 것처럼 속이는 우회 대출 수법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에 관련된 기업은 20여 곳에 이르지만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실질적인 소유주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 혹은 한 기업에서 나갈 수 있는 대출 금액이 제한돼 있는 규정을 피하려고 유령 업체를 내세워 대신 대출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금감원과 국민은행 측은 장기간에 걸쳐 부당 대출이 이뤄진데 대해 지점장급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감원은 부당 대출 관련자들이 대출해준 대가를 받았거나, 문제가 되고 있는 3명의 직원 이외에 다른 직원들이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의 특별 검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어 국민은행의 실제 부실 규모는 예상한 것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사 결과 연체 대출 외에 담보가 부실한 대출도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도쿄 지점의 영업 형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발견됐다”면서도 “감독 당국의 감찰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의 주요 임원들은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뒤늦게 도쿄지점 직원의 상당수를 교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지적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도쿄지점에 대규모 연체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사 인력을 도쿄에 파견해 조사에 나섰지만, KB금융의 회장 교체 시기가 겹치면서 조사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결국 일본 금융청이 지난 5월께 본격 조사에 들어갔으나 국민은행은 관련 부당 대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4월에도 돈세탁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어 해외 지점의 잇따른 금융사고에 국민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도쿄지점의 한 직원은 야쿠자 세력의 불법 자금 4억5000만엔을 예치 받아 제3자 명의로 입금했다가 현금으로 인출해주고 대가성 자금을 받은 혐의로 일본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외 지점의 지점장 전결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해외지점 관리·감독 강화 조치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뒤늦게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모럴해저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임영록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KB저축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해외지점장 인사 시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고려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지점장의 인성과 리스크관리능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전 해외점포를 대상으로 건전성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 해외점포의 수익성이 건전성의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해외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온 바 있다. 시장을 넓혀 새로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임 회장은 “국내에서도 부실이 발생하는데 준비 없이 나가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번 도쿄지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권은 다음달 1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국민은행 본점은 지난달 9일부터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이번 부당대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와 책임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에도 부당행위로 금감원 제재 받아…모럴해저드 심각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에도 고객의 예금을 임의로 지급·정지시키고 건설사와 분쟁중인 대출자를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하는 등 부당행위를 해오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아 허술한 내부통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3월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 결과, 영업점에서 대출거래약정서를 임의 정정하는 등 법규 위반사항이 확인되고 은행(신탁계정)과 계열사 간 부당거래, 사망한 고객에 대한 대출기한 연장처리, 고객예금 부당 지급정지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002년 7월~2012년 7월 299개 영업점에서 집단중도금대출(881개 사업장, 9만2679좌)을 취급하면서 고객 동의 없이 9543건의 대출거래약정서 내용을 고쳐 써넣었다. 국민은행이 임의로 정정한 내용은 고객의 이름이 6건, 대출금액 142건, 대출기간 7451건, 대출이자율 1944건 등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대출약정서 임의정정은 2006년 이후 급증했다”며 “집단대출을 취급하면서 발생한 오류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고객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전 부행장 등 국민은행 임직원 6명에 대해 견책(상당) 등의 조치를 내리고 관련 직원들은 국민은행에서 제재조치토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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