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은 피해라" 이재용, 승부수 던진다

산업 / 최봉석 / 2019-08-29 17:26:00

재판 준비 속 현장경영 계속할 듯
메르스·갤노트7·최순실까지 악재 연속…경영스타일 변화 가능성 높아져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액을 추가로 인정하면서 환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재판부가 승계작업을 인정하면서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업황 부진,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무역 보복 등 직면한 여러 현안 속에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9일 대법원은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해 정유라가 이용한 비타나, 라우싱 등 말 3필 구입비 34억원과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에 포함시켰다.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총 횡력액이 8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실형 선고 가능성도 높아졌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돼 집해유예가 불가능하다.


재계는 글로벌 악재로 인해 주력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이 부회장이 29일 대법원으로부터 원심 파기 판결문을 받아들면서 이른바 총수 부재 상황을 막기 위해 '경영' 보다는 '재판'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한 삼성그룹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법조계와 재계 일각에선 삼성의 경영 전략을 A부터 Z까지 재검검 및 재수정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최악의 '총수 부재'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 부회장 입장에선 탈출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주사위를 만지작 거릴 수밖에 없는 '퍼펙스 스톰' 속에 갇힌 상황이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검찰과 충돌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나름대로 내놓은 경영 전략은 말 그대로 '시계(視界) 제로(0)'에 빠진 게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약 1년 6개월간 삼성의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해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성장 동력을 찾는 경영 행보를 이어갔으나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와 바람대로 재구속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재판에서 어떻게 해야 본인과 기업에게 유리한 상황이 그려질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치게 됐다.


하지만 '운명의 판결'을 목전에 두고도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변함없이 현장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원 상고심 판결에 따른 후속 대책 준비에 전념하면서도 현장경영이라는 기본적 틀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은 자신의 구속 여부보다 회사 안팎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하기 위해 현장 경영 행보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장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이 부회장은 당분간 사업장 방문 일정을 계속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충남 온양·천안 사업장(6일)을 시작으로 평택 사업장(9일), 광주사업장(20일)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26일)을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8일에는 금융계열사 경영진 회동도 가졌다.


전방위적인 악재에 시달리는 계열사들을 지원사격하면서 동시에 '삼성 총수'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확인하려는 기본적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 대법 선고 사흘 전까지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던 삼성 홍보실은 선고가 임박해지자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되는 경우 ▲파기 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 등 두 가지 그림을 놓고 여러 대응법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날 대법원의 원심 파기 환송 결정이 나오면서 이 부회장은 실형을 반드시 피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총력전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2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뇌물 혐의가 상고심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중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는' 상고 기각 결정을 위해 여태껏 현장 경영을 해왔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파기 환송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현장 경영을 계속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전사적으로 올인할 것이라는 합리적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에서 그가 저지른 범죄 형태가 워낙 큰 까닭에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동안 미뤘던 '글로벌 무대' 복귀는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카드를 꺼내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하게 될까. 2014년 부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경영을 총괄해온 이 부회장은 사업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갖가지 돌발악재를 맞으며 적지 않은 시련도 겪었다.


미국 전장(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지분 투자 등 3년간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성공했고, 과감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를 통해 사상최고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접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재구속을 피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계열사 사업 재편 등에 나서는 등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정경유착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창업'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이날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의 '원심 파기 환송' 선고 직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 입장문을 냈으며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역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데, 이를 두고서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정경유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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