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최태원(59) SK 회장과 노소영(58)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이슈가 사실상 재산 분할 소송으로 '민감하게' 확산되면서, 최 회장이 주창해왔던 '사회적 가치' 경영의 본질과 성격이 시험대에 올랐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자신을 상대로 이혼 소송 중인 최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생뚱맞게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과거 최태원 회장은 "다른 여성과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다"고 공개했고, 곧바로 노소영 관장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17년 11월 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입장차를 결국 좁히지 못했고, 지난해 2월 조정 불성립이 결정되면서 소송으로 전환됐다. 노 관장은 지금까지 "이혼을 할 생각이 없다"며 가족간 '민감한' 가족갈등 원인 제공자는 최 회장임을 강조해왔다.
그간 누구보다도 임직원에 대한 '행복경영'에 앞장서 온 최태원 회장이 아내를 외면한 이른바 '불륜'으로 사회적 구설수의 중심에 선 작금의 상황을 임직원과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판단으로 행복경영의 가치를 바라봐야 할지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다툼으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뒤흔들릴 수 있고, 나아가 1조대의 재산 분할 청구 과정 속에서 최 회장의 또 다른 '경영론'으로 언급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과연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느냐는 점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이혼 소송은 이처럼 유명 재벌가에서 발생한 '불륜'이라는 자극적 분모와 그 상층부에 있는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서 과연 SK그룹이 딥체인지(Deep Change) 가속화를 지금처럼 당당하게 세상에 외쳐도 되는지 등에 대해 의문부호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근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그동안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은 지난 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이 낸 이혼소송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다. 노 관장은 이혼의 조건으로 최 회장이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가운데 42.29%를 분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SK㈜ 주식의 약 7.73%인데, 이는 약 1조 4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1297만 5472주로 전체의 18.28%에 이른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라며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 사이 큰딸도 결혼하여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며 "그래서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으나 이제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며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지금까지 "이혼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갑자기 어떤 판단 속에서 마음을 빠르게 정리했는지는 재계의 궁금증 1순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관측과 억측,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선 노소영 관장의 바람대로 재산 분할이 이뤄지게 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사의 '2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들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지분율 6.85%)이 2대 주주다.
노 관장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운데 548만 7327주가 노 관장에게 넘어간다. 이는 지난 6일 종가(25만 7000원) 기준 약 1조 4102억원 규모다. 이는 적잖은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아내에게 절반 이상 넘겨주고 SK 지분을 지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기 때문.
물론 재계 한 켠에선 재산 분할이 현실화 되더라도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이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의 이른바 '우호지분'은 특수관계인 28명 등을 포함하면 29.64%다. 이에 노 관장이 7%대의 지분을 가져가더라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22%대에 육박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향후 그룹 경영과 관련된 사안 중에서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회적 가치'의 불씨가 확실하게 수면 아래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 회장이 가정을 정상적으로 꾸려가지 못하고 외도를 했다는 점은 기업 운영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재계 입장에서 볼 때는 '그럴 수도 있다'라며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나 여성들 또는 대중적 그리고 일반적 시선에서 본다면 충분히 비난 받을 만한 이슈"라며 "법적으로는 '유책 배우자'라는 틀 속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가장 큰 이슈가 되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최 회장이 외치는 사회적 가치의 의미도 희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2015년 12월,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내연 관계'이고 '혼외자가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공개했다.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으로 알려진 김희영 이사장은 최 회장과 공동 설립한 재단의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공식 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해 본인의 '사회적가치' 철학 추진이 김 이사장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이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고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노 관장이 이혼 의사에 대한 결심을 밝힘에 따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최 회장이 주기적 반복적으로 외치는 '사회적 가치'가 과연 어떤 가치인지라는 근본적 질문 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 회장의 재산 분할을 둘러싼 공방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정부혁신 3대 전략의 하나로 언급한 분위기 속에서 '불륜 논란'의 중심에 선 최태원 회장이 공개적으로 사회적 가치 경영을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친정부적' 행보로 바라보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불륜 문제로 고민에 빠진 최태원 회장이 반성 보다는 탈출구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창했다는 기업 안팎의 부정적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합리적 의심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세 자녀의 후계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지만 이는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세 자녀는 SK㈜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회사의 경영 일환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최 회장의 자산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 부동산과 동산을 제외한 대부분이 SK㈜ 지분 18.44% 등 유가증권 형태다.
현재로선 법원이 재산분할을 얼마나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원칙적으로 이혼할 때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이후 함께 일군 공동 재산이다. 한쪽에서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통상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또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재산인지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최 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 등이 분할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 양측이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은 이 재산이 대부분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 재산으로 노 관장이 전혀 기여한 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적극 방어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노 관장은 혼인 이후에 형성된 재산의 경우 기여도를 따져서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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