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당국의 '흑역사'가 쓰여졌다. 금융지주회사와의 갈등에서 패배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물론 수장의 권위가 실추되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대결에서 이긴 하나금융지주도 승리의 잔을 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충돌에서 최 원장이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말부터 금감원은 하나금융과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이후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하며 금감원이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최 원장이 하나금융 재직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금융권은 수년 전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하나금융이나 KEB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의혹 발생지로 하나금융을 꼽았다.
금감원 역시 감독당국으로서 금융지주회사 한 곳도 어찌하지 못하고 수장이 옷을 벗게 돼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이미 금융권에서 "금감원 수장보다 하나금융 회장이 더 파워가 쎄다"는 비아냥 섞인 평가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역시 승리를 만끽하진 못하고 있다. 표면상으론 하나금융이 승리했지만, 금융권의 채용비리 여파가 얼마나 더 확산될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웃지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KEB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불씨'가 남아있다.
여기에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이유도 결국은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였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최 원장의 사의는 우리와 무관하다. 조용히 주주총회까지 넘겨야 하는 지금 같은 시국에 무슨 작업을 했겠느냐"며 "이 사태 자체가 당황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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