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vs 금감원 치킨게임…하나금융 '승자' 됐다

산업1 / 유승열 / 2018-03-12 19:02:39
'채용비리 연루 의혹'…최흥식 금감원장 사의 표명<br>김정태 3연임 무난하게 이뤄질 듯
▲ 서울 중구 소재 하나금융지주 본사.<사진=Toyo Economy>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 간 치킨게임에서 하나금융이 승리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금융권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대학 동기 아들을 인사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은 이날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본인이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한 것만으로도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권은 하나금융이 최 원장에게 직접 타격을 입히는 '초강수'를 두며 이겼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5년 전 일인데다, 하나금융이나 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에서 흘렸다는 것이다.

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작년 말부터 시작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라인이 당국 수장으로 발탁되면서 김 회장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돈 게 시작이었다.

이어 작년 11월 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과정이 '셀프연임'이라고 비판하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비판을 내놓은 데 대해 김 회장에 대한 지적이라고 평가됐다.

또 작년 12월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나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금감원의 관치금융을 비판했다.

지난 1월에는 금감원이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일정은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를 묵살하고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건으로 하나금융을 압박했다. 검사 결과 KEB하나은행에서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행장실과 인사부를 압수수색하고 서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근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이 교체된 것은 당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설이 돌았다.

또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한 것도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경영관리부문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은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참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오는 23일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장이 없어져 더 이상 금감원이 하나금융을 압박할 원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당국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황제경영, 셀프연임, 채용비리 등으로 상처를 입은 데다,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검사가 진행중인 사안도 많다"며 "연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된다면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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