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사퇴하면서 검찰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돈 봉투 수사가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7·3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점점 윗선으로 좁혀오는 동시에 소환이 임박해지자 권력을 앞세워 안위를 보존하는 대신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그 동안 박 의장에 대한 소환을 서두르지 않는 대신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주변 인물에 수사의 초점을 뒀다.
그러나 설 연휴기간 내내 압수물 분석에 중점을 둔 검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만한 명확한 단서는 잡지 못했다. 박 의장 핵심 측근인 조 정책수석비서관과 이 정무수석비서관을 여러 차례 불러들였지만 이들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수사도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 같이 답보상태에 빠진 수사에 물꼬를 튼 것은 박 의장의 캠프에서 활동한 고 전 비서관의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주 비공개를 전제로 검찰에 출석한 뒤 새누리당 고 의원실에서 돌려받은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당시 캠프에서 재정·조직을 총괄한 조 수석에게 전달했고, 이 같은 사실을 당일 캠프 상황실장인 김효재(60) 청와대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박 의장의 사퇴로 검찰 수사의 칼끝은 박희태 의장을 겨눌 것으로 전망된다. 돈 봉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선 박 의장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 의장이 선거캠프의 수장인 점을 감안할 때 돈 봉투 자금 출처나 조성, 전달 지시 등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것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의장은 전대를 앞둔 2008년 2월 라미드그룹으로부터 소송 수임료로 1억원을 받고 이 자금 중 일부를 전대 직전에 현금화해 돈 봉투 자금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박 의장의 소환시점을 섣불리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박 의장 이전에 김 수석에 대한 수사가 선결돼야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직 청와대 수석을 상대로 소환을 통보하는데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 김 수석이 박 의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석 소환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본 바가 없다"면서 "내일 소환자도 전날 밤에 결정해 소환한다. 솔직히 언제 소환할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의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함으로써 검찰이 현직 국회의장 소환에 대한 중압감은 떨쳐버리게 됐지만, 수사단계상 박 의장을 직접 겨누기에는 좀 더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검찰은 총선이 본격화되는 3월 이전에는 돈 봉투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2월 중순 어떤 형식으로든 박 의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장에 대한 수사방식은 그동안 소환조사나 서면질의,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방안 등이 검토됐지만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소환에 좀 더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 사퇴 후 수사방향과 관련, "기본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겠다"며 "물밑에서 열심히 휘젓고 있고 그동안 수사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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