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설계사와 고아계약을 양산하는 등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온 ‘선지급 수수료 체계’ 개선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동안 보험 설계사들은 신계약이 체결되는 첫해에 수수료의 90%정도 선지급 받아왔다. 때문에 설계사들은 보험계약의 유지와 관리에 소홀해졌고, 급기야 수수료만 챙기고 보험사를 옮기는 일명 ‘철새 설계사’들에 의한 ‘고아계약’이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지급하다 보니 보험계약자들이 조기해약시에 받게 되는 환급금 규모도 적어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저축성보험의 조기해약시 돌려받는 환급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보험계약의 3년 이내 해약율은 42.8%로 미국(26.9%)과 영국(39.4%)에 비해 현저히 높지만 저축성보험의 해약환급금은 1년 경과시점에는 납입한 보험료의 46%에 불과하고 3년이 지나도 85%정도로 매우 낮아 지속적인 소비자민원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보험 설계사들이 받는 모집수수료가 1년 이내에 90%가 지급되는 ‘선지급 체계’이다보니 설계사들은 보험 계약 후에 유지와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때문에 계약자들이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이 증가, 해약률도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신계약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어려웠고, 이는 설계사 정착률에도 영향을 미쳐 전문적인 보험모집인 출현을 저해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설계사 유치경쟁에 따른 모집인의 잦은 이동으로 판매조직의 안정성이 저하돼 설계사 육성에 들어가는 정착수당 등의 재무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계약 유지·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약환금급을 높이는 한편, 설계사들의 소득 안정화를 위해 선지급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험업감독규정(안)을 입법예고해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판매 수수료 체계 이원화
금융당국은 계약의 유지 및 관리·보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의 판매수수료를 판매보수(70%)와 유지보수(30%)로 이원화할 계획이다. 또한 계약기간 중 보험을 해지할 경우 공제대상 금액을 현행 판매수수료의 70% 수준으로 조정, 지금보다 해약환급금이 늘어나게 됐다.
변액연금과 같은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계약 유지 과정에서 재정설계 등 판매자의 역할이 중요한 반면 보장성보험은 대부분 판매자의 권유와 설득에 의해 판매가 이루어져 계약 유지과정 보다는 판매과정에서 판매자의 역할이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금보험의 경우 1년차 해약 때 환급금이 현재보다 29.1% 증가한다”며 “유지보수 설정으로 계약기간 중 판매자가 양질의 계약 관리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계약의 판매수수료 이연한도도 제한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판매수수료 지급방식에 대해 별도의 제한이 없어 보험사들은 판매수수료를 1년내 89.1% 가량을 지급하고 있고, 선지급한 판매수수료 전액을 비용이 아닌 이연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금융위는 계약 초기 이연한도를 판매수수료의 50%로 설정해 이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즉시 비용화 할 계획이다. 이 경우 비용계상된 초과분이 손실로 처리돼 보험회사의 당기순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연한도 축소를 위해 회계시스템 정비 등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둘 것으로 보인다.
◇ 보험사, 줄어드는 설계사 수입 60% 이상 보전
또한 금융당국은 수수료 체계 개선에 따른 설계사의 수익 감소분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우수설계사의 이탈을 막고 고아계약을 축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으로 줄어드는 설계사의 수입을 60% 이상 보전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으로 줄어드는 설계사들의 수입의 60% 이상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기존까지 계약한 첫해에 수수료의 90%를 받던 설계사들의 소득이 갑자기 줄어드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첫해에는 수수료의 70%를 받고 나머지 30%는 7년에 걸쳐 나눠받게 된다. 현재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는 21만6000여명으로 수수료 체계 개선에 따라 월 평균 11%정도를 덜 받게 된다. 그러나 보험사가 설계사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면 감소율이 11%에서 4%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가 설계사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 줌에 따라 우수한 설계사를 잃지 않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설계사의 소득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보험모집인들은 보험사를 이직하는 이유로 ‘선지급 제도’, ‘수수료 수준’, ‘수당환수제도’ 등의 경제적인 요인을 꼽고 있어 소득 감소분 보전이 이루어지면 설계사 이직으로 인해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고아계약’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설계사가 보험사를 옮겨도 다른 설계사가 해당 계약을 넘겨받아 잘 관리하면 유지수수료를 대신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금융감독원은 “근속연수와 계약실적 등이 일정 수준을 넘는 설계사들에게 고아계약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혀 고아계약을 줄이고 계약의 부실화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업계는 금융당국에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저축성보험에 대한 초년도 지급률 제한과 더불어 모든 보험의 신계약비에 대한 이연상각제도를 정비함에 따라 선지급 관행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모집수수료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수수료체계가 선지급에서 분급형태로 확대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 수수료 체계’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모집수수료 변경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 제고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들의 정착율 및 전문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수수료 관련 제도 변경으로 인해 저축성보험의 초년도 해약환급률이 상향 조정 되는 것 뿐 아니라 양질의 계약유지 서비스와 소비자에게 보다 적합한 상품 제공 등이 가능해 질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설계사들이 높은 선지급 수수료가 있는 상품 위주로 소비자에게 권유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설계사들에게 계약 유지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유인을 증가시켜 이직률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정 수입을 확보해 설계사들의 전문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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