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극한의 패러디 축제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1-20 13:53:11
<할시온 런치> 출간

<할시온 런치>는 일본 강담사의 격월간 만화잡지 <굿애프터눈>에 연재되었던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으로 그의 단편집 <이사>, <시스터 제너레이터> 등의 명맥을 잇는 본격 개그풍의 작품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액션활극 <무한의 주인>에서 보여줬던 생과 사의 치열함이 엉뚱하게(정확하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디테일과 범우주적 스케일로)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패러디와 개그의 향연 속에서 책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는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데, 더구나 다양한 방면에 복잡하게 걸쳐진 작가의 의식회로가 ‘창조’해내는 해프닝과 중첩의 패러디로 인한 총체적 난국들은 기진맥진할 정도(일명 ‘탈진계 개그’)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본작은 만화 역사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형식의 코미디다. 배경이 ‘우주’인 것과는 ‘다른 이유로 우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느 것이든 먹어치우는 것이 가능한 ‘EKB소속의 외계인’을 등장시켜 결국 그들의 힘과 뜻대로 ‘지구’를 재창조해버린 무지막지한 스토리텔링은 작가의 전지전능함과 함께 ‘무엇이 일어나든 이상할 게 없다’는 무한의 창조, 다른 말로는 초(超)무질서의 신세계를 열어버렸다.


이 신세계 위에 세워진 또 다른 ‘지구’에서의 해피엔딩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결말인 것은 확실하다. 2권에서는 북한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국가가 등장해 많은 이목이 집중되리라 예상되는바, 어떤 의미에서든 천재 작가인 사무라 히로아키가 창조한 ‘이 지독한 물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무라 히로아키라는 판도라 상자 안에서 꺼낼 수 있는 ‘다음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토록 탄탄하고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반 위에서 탄생한 엔터테인먼트 키드의 패러디의 명작, <할시온 런치>는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바이블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그 사랑은 SF적 기적으로 이어진다! 우주적 스케일의 ‘리버스’가 지금 시작된다! 사무라 히로아키 저·김동욱 역, 8500원, 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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