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에 대해 ‘긴급조치권’을 발동키로 하면서 단속에 나섰다. 최근 ‘정치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며 주가흐름을 왜곡될 우려가 나타나자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면 즉시 거래를 정지하는 방향으로 투자경보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특별 전담반’을 구성해 주가급등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각종 루머를 이용해 부정거래를 시도하는 세력들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당국의 이같은 방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나 정치테마주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당국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구지 언론을 통해 단속 강화를 알려 선의의 피해자까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테마주 겨냥 ‘긴급조치권’ 작동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의 주가조작 세력들을 겨냥해 현행 처벌 절차를 밟지 않고도 곧 바로 제재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작동하기로 결정했다.
또 최근 극성을 부리는 ‘정치 테마주’ 등 주가 흐름을 왜곡시킬 소지가 있는 움직임에 대해 ‘테마주 특별조사반’과 ‘합동 루머단속반’을 상시 운영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구성, 정치인 테마주 등 이상 주가급등에 편승해 시세조종을 노리거나, 북한 급변 사태 등 루머를 이용해 부정거래를 시도하는 세력들의 사전 차단에 나섰다. 해당 종목의 매매경향을 분석, 가격 왜곡의 정도가 심각한 테마주는 감독 당국이 즉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입소문, 메신저 등을 통해 테마를 만들어 내다 적발된 세력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의 ‘긴급조치권’를 통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처벌을 위한 선행 절차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 중인 합동 루머 단속반도 상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단속반은 상장사에 관한 루머는 물론 북한 등 정세 급변에 관한 소문을 만들고, 유포하고 재생산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철저한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이 루머를 만들어낸 세력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면 경찰청은 즉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경찰청은 지난 6일 오후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된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의 유포자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밖에 거래소는 주가 이상 급등락 시 시장의 완충 장치인 투자경보종목 지정 제도의 발동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감시 규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테마주의 시세에 관여하는 행위 등 불건전매매는 즉시 수탁거부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금융감독 당국은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제보가 근거 없는 테마, 악성루머 등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안철수株, ‘급락’ 면치못해
이 같이 당국이 압박수위를 높이자 정치테마주들의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복지공약 수혜주로 알려진 아가방컴퍼니는 지난 6일 1만9400원에 장을 마쳤지만 금융당국 조치가 알려지자 9일 1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무려 12.89%(2500원)의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11일 기준 종가는 1만4800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던 3일(2만2250원)에 비해 약 33.5%(7450원) 하락했다. 지난해 10~11월에는 8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이었다.
보령메디앙스 역시 급락세를 보였다. 6일 2만24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당국의 발표후 9일에는 1만9100원으로 마쳤다. 14.7%(3300원)의 하락폭이다. 11일에는 1만6800원까지 하락했다.
이외에도 대주주인 조현정 회장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비트컴퓨터도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6일 한때 1만원이 넘으며 상한가를 보이다 8650원에 마감했다. 그러다 9일에는 7360원에 장을 마쳤으며, 11일에는 6390원까지 급락했다.
안철수 테마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6일 15만7000원에서 9일에는 15만500원으로 6500원, 11일에는 13만5300원으로 기록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7~8월 3만원 내외로 거래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6~7만원으로 올랐다. 이후 총·대선 출마 관련설이 연이어 나오면서 가장 ‘핫(Hot)’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외 이민화 사외이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으로 안철수 테마주로 묶인 솔고바이오 등도 하락세를 이기지 못했다.
이에 ‘정치테마주’ 꼽히는 모 기업 관계자는 “거래정지를 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투자심리를 많이 위축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개미들, ‘피해만 늘었다’…손해배상 서명운동
이 같이 정치테마주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9일부터 금감원의 긴급조치권으로 인한 피해 주주들이 ‘손해배상청구·재발방지촉구’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감원의 갑작스런 정치테마주 관리라는 명목으로 긴급조치권 발동으로 개미(개인투자자)들만 막대한 투자금 손실을 봤다”며 서명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11일 기준 800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박근혜 테마주에 투자를 한 30세 남성은 “이미 세력들은 다 빠져나가고 개미들만 피해를 본 상태”라며 “금융당국이 비밀스럽게 단속을 해야지 공개적인 조사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
다.
이어 “정식 테마주를 단속해 투자자들이 빠진다 해도 제약·바이오 등 다른 테마주로 몰리게 돼있다”며 “구지 언론을 통해 정치테마주에서 대해 단속강화만 하는 것은 결국 소리만 요란할 뿐 실효성은 없을 것”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때는 나몰라라 하더니 이제와서 극약처방이라며 단속하는 것은 피해예방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만 만드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변호사 선임을 통해 금감원에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도 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종목분석팀 임복규 팀장은 “막연한 기대감에, 허무맹랑하게 대선 관련 주자들과 연관시키는 것도 무시 못하는 사실”이라며 “금감원 거래소가 좌시 않겠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테마주라는 일회성, 투기성보다는 시장에서 펀드멘탈 검증되고 성장 동력도 확보된 종목들로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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