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혹은 결속" 유로존의 불투명한 미래

산업1 / 전성운 / 2012-01-09 14:22:54
“규제 강화 통한 통제 회복 필요”

최근 유럽 금융시장은 그런대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유로화 가치는 하락세지만 급락하던 주가는 작년 10월부터는 대체로 소강상태다. 당장 디폴트를 선언할 정도로 다급한 국가가 없어 유로존 국가들 사이엔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이 돌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은 내년에도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유로존이 앞으로 2년 내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가 긍정적인 전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건물과 유로화 모양의 조각상.


유로존의 운명을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축소 내지는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독일의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이러한 시각차는 늦어도 내년 2분기에는 윤곽이 분명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3위 경제권인 이탈리아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 수순을 밟게 될 것인가가 유로화의 운명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 “이젠 상상 이상을 상상해야 할 때”


유로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은 유로존의 회원국들 간 궁극적인 입장차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지난달 9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신(新) 재정협약도 중장기 대책일 뿐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없으며 그마저도 국민투표라는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대 베르너 보내더러 교수는 “유로존의 전면 붕괴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남는 국가들은 국내 총생산(GDP)이 25~60% 감소하게 될 것이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수출경쟁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이 주도하는 ‘긴축을 통한 재정건정성 제고’만으로는 유로존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조지프 E. 스티글리츠 교수는 “유럽의 지도자들은 공공부분의 재정축소가 더욱 침체를 가져올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 필요한 것은 성장의 공식을 찾는 것”이라며 “이것을 풀지 못하면 유로를 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로존의 미래를 보다 밝게 전망하는 측은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를 가동하기 위해서 유럽 통합을 가속화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동성 공급은 위기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며 “유로화를 단순히 존속시키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유럽의 재정통합에 이어 정치적인 통합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엔 야당인 사회민주당(SPD)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재무장관을 지낸 한스 아이헬 사민당 의원도 “유럽이 경제·제정·정치적으로 더욱 협력을 하게 되면 유로는 생존을 넘어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도로테아 짐스는 “유로화는 지난 10년간 달러에 비해 안정적이었고 독일 물가는 낮았다”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의 유로화의 위기는 정치인들이 시장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규제 강화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체코·라트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로존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며 “여기에 남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인 개혁에 나설 경우 유로의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붕괴 임박에 대비해야


그러나 ‘유로존 붕괴’에 무게를 두고 실제 행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4일 “글로벌 은행들이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규모의 대형은행 두 곳이 최근 벨기에 소재 금융거래 시스템 운용사인 스위프트에 유로 도입 이전 화폐 거래에 대해 문의했다. 이들 은행들은 유로 도입 이전에 그리스에서 사용되던 드라크마의 사용 여부를 스위프트 측에 물어보는 등, 유럽 정치권이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은행들은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백업 시스템을 이미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붕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로존 사수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의 금융감독기관은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위기 준비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 증권의 앨라스테어 뉴튼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상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계획은 기정사실이 되지만, 상황이 악화돼도 아무 계획도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붕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시 자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양을 통제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유로존을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국에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폭등해 영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재무부·국방부·외무부 등이 공동으로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영국은 파운드화 가치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월 파운드당 1.1유로이던 환율은 지난달엔 1.2유로 가까이 치솟았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긴급 상황에 한해 회원국이 자본 유입을 통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회원국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며, 그 기간도 6개월간만 시행가능하다.


영국은 한발 더 나아가 유로존 붕괴 시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건너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듯하다. 영국 외무부는 “유로존에 나가 있는 자국 국민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모든 것은 이탈리아의 손에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머스 마이어는 지난달 27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단일 통화권으로 남을지는 이탈리아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2월에 630억 유로, 3월에 516억 유로, 4월에 464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올 4월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대선도 큰 변수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의 임철재 차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거나 최소한 질서 있는 부도로 관리되고, 이탈리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정부들이 실질적으로 행동에 나섬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로존 구제에 개입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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