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의 주행거리에 따라 사고확률이 달라진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자동차 보험’을 일제히 내놓았다. 가입자들의 차량에 운행기록장치(OBD)를 장착하거나 주행 계기판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해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정작 손보사들은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차량의 운행 거리를 확인하는 방법’을 놓고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해결책이 마땅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할증은 없고 할인만 있는 태생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출시한 마일리지보험은 자동차의 주행거리에 따라 사고확률이 달라진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주행거리가 길면 보험료를 더 내고 짧으면 보험료를 덜 내는 상품이다.
손보사들은 마일리지보험 외에도 승용차요일제, 녹색자동차보험 등을 결합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가입과 동시에 약정한 거리만큼 할인 받거나 가입 후 주행거리 결과자료를 제출하고서 나중에 깎는 방식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 메리츠 ‘특화’, 나머지 ‘특약’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마일리지에 특화된 별도 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나머지 손보사들은 기존 상품에 마일리지 특약만 추가했다.
메리츠화재는 마일리지보험과 승용차요일제 가운데 1개만 지켜도 보험료를 깎아주는 ‘마일리지 승용차요일제 보험’을 출시했다. 연간 주행거리가 7천㎞ 이하 혹은 승용차 요일제를 지켰을 시 둘 중 할인 폭이 큰 쪽으로 깎아준다. 요일제를 지키면 최대 8.7%가 할인되고 연간 5천㎞ 이하 주행 시엔 9.3%가 할인된다. 특히 주행거리를 확인할 때 쓰는 운행기록장치(OBD) 업계에선 유일하게 무상으로 빌려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작년 9월부터 부산·수원에서 시범사업으로 판매 중인 ‘녹색 자동차보험’과 동시 가입 가능한 ‘마일리지 특별약관'을 선보였다. 이는 최고 13.2%의 마일리지 특약 할인혜택과 최대 7만원의 환경보호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
LIG손해보험은 최근 출시한 ‘LIG매직카 마일리지 특약’은 자동차 최소 운행거리를 연간 2천㎞ 이하로 책정했다. 다른 보험사들이 할인폭이 가장 큰 최소 운행거리를 3천㎞ 이하로 잡은 것과는 다른 행보다. LIG손보는 “최소 운행거리가 2천㎞로인 관계로 차를 거의 운행하지 않는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 주행거리 특약’을 통해 연간 3천㎞ 이하 주행 시 최대 11.9%를 할인해 주고 있다.
마일리지 보험의 할인 폭만 따지면 LIG손보가 최대 16%로 가장 크고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 흥국화재,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최대 13.2%를 할인해 준다. 삼성화재는 최대 12%까지, 롯데손보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더케이손해보험은 최대 11.9%를 깎아준다.
◇ 사실 ‘골치 아픈’ 손보사들
그러나 정작 손보사들이 마일리지보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보사별 차이는 있지만 연간 2000~7000km이하로 운행한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인 만큼 가입 차량의 운행 거리를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손보사들은 해당 차량의 운행거리를 운행기록장치(OBD)나 가입자가 촬영해 보내는 사진을 통해 확인한다.
손보사들은 보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OBD장치에 대해서는 사진 전송에 비해 2~3%가량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메리츠를 제외하고는 소비자가 OBD를 직접 구매해야 하고 무료로 제공된다 해도 차내에 붙이고 다녀야 해 많은 고객들이 미관상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촬영 방식은 가입고객이 자신의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주행거리를 찍어 보험사에 전송해 주행거리를 확인시키는 방식으로 OBD보다 할인율은 낮아도 설치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진 방식은 ‘조작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포토샵과 같은 그림파일 수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초급 정도의 실력으로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차량이 아닌 동종 타 차량의 사진을 다운로드 받아 허위 통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사진확인 방식이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손보사들을 ‘제3자 인증 방식’으로의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손보사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업비 부담이다. 제3자는 곧 정비업체를 뜻하고 마일리지 가입차량은 정비업체를 통해 확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보험사는 정비업체에도 대행비를 지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당 최소 1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비업체의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인 부담도 있다. 마일리지보험 판매를 위해 손보사들은 업무처리 시스템 개발, 업무량 증가 등에 따른 인원 확충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개발비용·인건비 증가는 사업비 확대로 이어진다. 업계는 “거리확인 시스템 개발 비용만 해도 6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마일리지보험의 성공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도 일부 특화된 보험사들이 장기간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마일리지보험을 조정해 나가고 있다.
미국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사는 1998년 시범실시 후 차량장착 장치비용, 시스템 운용비용 등의 문제로 2001년 종료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이후 다른 방식으로 재시도한 바 있다.
선할인 방식을 선택한 고객의 만기시, 주행거리를 초과해 보험료 추징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것이 민원 증가로 이어지면 손보사들의 이미지 실추 등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운행거리별 요율 차등제’의 필요성을 수년 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감독당국이 너무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허점들이 노출돼 오히려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할증은 없고 할인만 있는 기이한 요율 구조 역시 태생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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