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를 보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산업 / 이정선 / 2018-05-29 08:50:59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선언’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넘어간 발언이 있었다. “삼성, LG를 봐라. 그들이 이룬 업적은 믿기지 않을 정도(incredible)다”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가진 언론과의 문답에서 갑자기 ‘삼성과 LG’를 꼭 집어서 언급했다고 한다. “지금 삼성∙LG, 그들이 만든 배를 보라. 그들이 이룬 업적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입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내릴 때도 삼성과 LG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우리의 행동은 LG와 삼성이 바로 여기 미국에 주요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완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미국 대통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는 찬사를 보낼 만큼 해외에 잘 알려져 있었다. 국내에서의 ‘재벌’이라는 지탄과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11월 확대 경제관계 장관회의에 ‘지각’ 참석하면서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5대 그룹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한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재벌이 끊임없는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써서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는 국가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재벌 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했었다. 4대 재벌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그룹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기업 때리기’ 발언은 적지 않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대기업이 납품 단가와 이윤 감소의 책임을 중소기업에게만 돌리니까 언뜻 떠오르는 단어가 착취”라고 했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일부 대기업은 배스 같다”고 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을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어종’에 비유한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몇 조 원씩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이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었다.

밖에서는 인정해주는데, 안에서 ‘뭇매’를 맞으면 기업들은 국외에서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에서 경쟁력 떨어져 죽는 것보다 나가는 게 낫다”고 마치 내모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1년 전인 작년 5월, 대한상의가 그런 결과를 발표했었다.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서점’이라는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현지 일자리는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크게 늘어났지만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만든 일자리는 같은 기간 동안 20만 개에서 27만 개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이유는 쉬울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욕먹는 국내에서 떠나 해외 진출을 늘린 것이다. 반면, 외국기업은 ‘반기업정서’가 농후한 국내에 들어와서 장사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것뿐 아니다. 반기업정서가 심하면 기업을 해보려던 사람마저 의욕을 잃고 포기할 수 있다. 그러면 일자리 창출은 더욱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세금이 덜 걷힐 수 있다. 이는 공무원을 늘려서 고용 문제를 해소하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차질을 줄 수 있다. 공무원 월급은 세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올려서 충당하면 되겠지만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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