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주식’인가… 공개기업에 ‘조 단위’ 청약자금

산업 / 이정선 / 2018-05-23 05:37:00

기업을 공개하는 ‘세종메디칼’이라는 업체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3조 원 가까운 청약자금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이 업체는 일반투자자에게 40만6000주의 공모주를 배정했는데, 지난 21일 마감 결과 청약 물량이 자그마치 3억7461만9480주에 달하고 있었다. 청약 경쟁률이 922.7 대 1이나 되었다. 1000주를 신청해야 간신히 1주 남짓을 받을 수 있을 경쟁률이었다.

그 청약 증거금은 무려 2조8096억4610만 원에 달하고 있었다. ‘단일 기업’이 공개하는데 뭉칫돈은 물론이고 쌈짓돈까지 몰려든 셈이다.

이에 앞서 청약을 받은 ‘제노레이’라는 업체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028.7 대 1이었다고 했다. 1000주를 신청해도 1주도 채 받지 못할 정도의 치열한 경쟁률이었다.

이 업체는 일반투자자에게 12만389주 배정했는데, 청약 물량은 1억2834만6790주나 되었다. 이에 따른 청약 증거금은 1조4242억 원이었다.

이같이 공개기업의 주식 좀 사겠다고 ‘조 단위’의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주식이 상장될 예정이라고 했으니 규모가 큰 업체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조’ 단위다. ‘로또 아파트’ 얘기가 나오더니, 그야말로 ‘로또 주식’이 아닐 수 없다. 대단한 투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다고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돈이 부동산으로도 몰리고 있다.

지난 15일 청약이 마감된 서울 문래동 e편한세상 문래의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31.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는 소식이다. 134가구를 모집하는데 4236명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9가구를 모집한 전용 84㎡짜리 아파트에는 1006명이 몰렸다고 했다. 111.7대 1의 간단치 않은 경쟁률이었다.

지난달 GS건설이 서울 염리동 염리 3구역을 재개발해서 짓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의 경우는 1순위 청약 마감 결과, 최고 29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3가구를 모집하는데 977명이나 몰려든 것이다. 평균 경쟁률도 50대 1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드는 것은 무엇보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일 수 있다.

정부부터 ‘팽창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추경’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연례행사’처럼 추경이다. 벌써 몇 년째다.

정부는 이번에 확보된 3조8317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 가운데 70%를 두 달 안에 집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7월말까지 2조6800억 원 이상의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많이 풀린 돈이 더욱 넘치게 생겼다.

풀려나간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 쪽으로 몰리면 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되레 투기만 부추겨줄 뿐이다.

돈은 하루아침에 ‘왕창’ 풀 수 있어도 실물경제는 그렇게 빨리 살아날 수 없다는 법이라고 했다. 이번 추경처럼 용도가 ‘청년 고용과 구조조정 지역 지원’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돈이 지나치게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그러면 서민들은 풀려나간 돈을 구경도 해보지 못한 채 얼떨결에 물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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