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씁쓸한 현실과 마주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

기자수첩 / 정동진 / 2018-10-17 23:06:36

[토요경제=정동진 기자] 2015년 8월 31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ID가 없어도 바로 방을 개설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현재도 다양한 주제로 오픈 채팅이 운영 중이다.


특정 연예인의 팬들만 모여서 활동하는 팬클럽방이나 고독한 채팅방처럼 특정 주제에 관련된 사진만 올리는 채팅방도 존재한다. 네이버의 카페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또 블라인드와 함께 회사 내부비리나 각종 사건·사고를 실시간에 공유할 수 있어 성토의 장이 되기도 한다. 사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도 널리 알리는 데 한몫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이후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보통 오픈 채팅방 최대 참여 인원이 1000명인데 이를 훌쩍 넘기는 바람에 '침묵하지 말자2', ' 침묵하지 말자3'처럼 개설되어 현재도 성토와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나 노조원을 가장해 막말을 일삼거나 혐오스러운 이미지와 동영상을 올리면서 본질을 흐리는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분란을 조장해 채팅방을 폭파하려는 공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픈 채팅방이지만, 민감한 이슈로 개설된 탓에 때로는 신분 인증을 요구하는 일도 많다. 예를 들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된 채팅방에서는 기자들의 인증 쇄도가 이어졌다. 각종 제보가 쏟아졌지만, 실제 기자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선택한 채팅방 운영자의 묘책이었다.


그 결과 소속과 명함을 인증하면서 기자들도 인증에 동참했지만, 간혹 인증된 사진을 도용해서 기자로 속여 말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개설된 채팅방이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블라인드 등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앱은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할 수 있는 토론의 장으로 불리지만 한편에서는 각종 막말과 악의적인 소문과 음해를 쏟아내는 부작용도 속출, 시스템 정비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분탕질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금방 사그라지고, 악의적인 방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관리자의 재량과 채팅방의 자정 작용으로 뜻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조차 없었다면 내부고발이나 제보, 의견 개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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