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새누리당으로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다. 특히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겹치며 한국판 '카트리나 모멘트'까지 우려했던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선방했다'는 말을 넘어서, 최근 여론의 추이에 비추어 볼때는 오히려 '만족스럽다'고까지 할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백일하에 드러난 무능한 재해 대처 능력은 취임 후 '안전'을 수차례 강조했던 박 대통령과 현 행정부의 국정 운영능력을 도마위에 올려놓게 했다.게다가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처 부실로도 모자라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의 수습에서도 전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취임 전 부터 약점으로 제기됐던 '소통의 부재'가 다시 집중적으로 거론되며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심지어 관료들을 중용해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지만, 전문가들의 지식보다는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것만 집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문제해결방식에 대한 지적도 꾸준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유족들을 대하는 문제는 물론 KBS의 길환영 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도 독립성 침해로 공영방송을 어용방송으로 만들었다는 정황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을 펼치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말 그대로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이어지던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는 침묵 행진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임 총리로 지명했던 안대희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도 하기전에 계속해서 거론된 여러가지 의혹에 부담을 느끼고 자진 사퇴를 결정하며 취임 후부터 제기됐던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역시 재차 문제로 거론됐고, '인사가 만사'라는 기본에서 임기 내내 어긋나고 있는 박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시스템의 사실상 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당에서도 제기된 김기춘 책임론을 끝내 버텨내며 숱한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된 김 비서실장 지키기에 나섰다. 여전히 여론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본위로 일을 진행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선거에서 지역색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한 수도권에서는 강세를 보이던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방문만으로도 지지도를 반등시킬 수 있는 지역이었던 부산과 대구에서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현 여권이 부산시장이나 대구시장에서 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수도권 전패의 불길한 암운이 드리워지며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대통령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었다.집권 2년만에 이른 레임덕을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권을 놓고 친박계의 후퇴까지 거론됐다.
여러모로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주요 당직자들까지 거리로 나와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시민에게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충청권과 강원을 내주고 전통의 텃밭만 잡는데 그쳤지만 기존의 경기도를 지킴과 동시에 쉽지 않으리라 예상됐던 인천에서 유정복 후보가 당선됐다. 비록 17지역의 광역 단체 싸움에서 8대 9로 밀리기는 했지만 세월호 정국으로 느꼈던 위기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책임론과 정권 심판론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는 박 대통령 역시 인사 문제를 비롯한 각종 사안에서 '선거 쇼크'에 발목 잡히는 일 없이 종전과 마찬가지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새누리당인 비록 광역단체장 숫자싸움에서는 졌지만 우려보다 적은 출혈 속에 지켜야 할 것은 모두 지켜냈다는 안도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야당과 여론의 공격으로부터 선거때문에 숨죽였던 것과 달리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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