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5년내 재정적자 150조원으로 늘어날 수도”

오피니언 / 홍성민 / 2013-08-26 13:47:14
인물포커스 ‘홍종학 민주당 의원’ (144)

▲ 홍종학 민주당 의원
정부가 ‘2013년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내놓은 지난 13일.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시청광장에서 ‘박근혜 정부 세법개정안 토론회’를 강행했다.

‘중산층 세금 폭탄’ 비판이 고조되자 정부는 서둘러 수정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국민을 우롱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홍 의원은는 “부자감세 철회를 뺀 세법개정안도 잘못된 경제 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깎아준 세금을 원상 복구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00조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가 잘못하면 5년 안에 15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세청의 허술한 행정도 조목조목 꼬집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놓고 여야 시각차가 크다.

“여야의 철학이 다르다. 여당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통해 부자와 대기업이 잘되면 경제 활성화가 달성된다고 여긴다. 경제 성장을 위해 부자에게 몰아주되, 불쌍한 서민·중산층을 굽어 살피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 민주화와 활성화를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이해한 처사다.

민주당은 “‘분수효과’라고 해서 백성이 잘 살도록 지원하면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나 부자와 대기업이 돈을 벌게 된다”고 생각한다. 당 내에서도 ‘증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있기는 하지만 추후 논의할 문제이며, 지금은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할 때다. ‘내가 낸 세금이 나한테 쓰이는 구나’라고 인식하게 되면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어진다. MB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하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법인세 ‘최고구간 500억원 이상’을 신설하는 우리의 대안이 정부의 세제개편안보다 훨씬 큰 세수 증대 효과를 갖고 있다.

부자감세 철회로 발생하는 재원을 서민과 중산층 지원에 쓰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세수도 늘어난다. 이번이 첫 세제개편안인 만큼 박근혜정부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재원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복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 10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변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보고를 제대로 받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때 한나라당이 공격했던 ‘재정파탄·세금폭탄·민생파탄’이 현 정부에서 더 확실하게 실현될 판이다.”


-정부의 재정파탄을 경고했는데, 당장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경제를 살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재정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무너질 게 뻔하다. 경제 진단이 틀려서다. 재정파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쉽게 나아지기 힘들다. 과거 참여정부 때에는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치보다 세수를 더 걷었다. 그런데 MB 정부 들어 부자감세를 하면서 목표치보다 덜 걷히는 상황이 반복됐다. 재정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펼 수가 없다.

예산처 추계로 이미 4년 만에 108조원의 적자가 났고, 올해에만 20조원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최소 10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잘못하다간 5년 후 복지재원을 포함하지 않고도 재정적자가 15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데 있다. 이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시장 참여자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앞뒤가 맞지 않으니 예측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100조원의 재정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공약을 제시했다. 재원 마련은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라고 답했지만, 이것이 실현될 지 확신하는 전문가가 아무도 없다. 비과세 감면 축소의 경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세법개정안 대로라면 기껏 해봐야 2015년에 법인세 부문에서 1조원 더 들어오는 정도다.

지하경제 양성화 측면에서도 정부가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고 있는데다 현금 발행액 증가분만큼 금고에 숨어들어가는 검은 돈이 많은 상황이다. 총제적인 난맥상이다. 재정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중기재정계획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정부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는데.

“MB 정부에서부터 통계 당국이 청와대 목표를 의식하는 풍토가 생겼고, 이런 상황은 현 정부에서 더 심화됐다. 민주적 척도가 1970년대 유신 때로 되돌아간 것 같다. 최근 실질임금(5인 이상 상용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체의 근로자 임금) 데이터를 내봤더니, MB 정부 5년간 통틀어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임원들의 임금이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근로자의 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

재벌이 엄청나게 돈 벌고 있을 때 임금 노동자의 지난 5년간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는데도, 여기에 세금을 매긴 꼴이다. 이 데이터만 보더라도 사회 양극화를 가늠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불리한 데이터를 손 볼까봐 걱정스럽다. 그러면 통계의 신뢰성은 더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해(害)가 된다. 실질임금과 같이 우리나라도 보유하고는 있지만, 외국과 달리 공개하지 않는 데이터가 꽤 있다. 이를 찾고 있는 중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세제 개편안 처리 문제를 놓고 난항이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에도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을 통과시켜도 행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집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난해에도 12월30일 토론 끝에 극적으로 타협했는데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소득세 부담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정한 것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자는 주장의 중간선에서 타협을 볼 수 있다. 문제는 타협 과정에서 공제한도를 낮추는 등 변칙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법은 누더기가 된다. 정부가 올해 세법을 단순화 했어야 했다.


◇홍종학 의원은
1959년 인천 출생.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종합금융에서 금융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벌개혁위원장·정책위원장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공동대표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이다.


정리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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