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부터 새로 적용된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 3개월에 접어들면서 입양아나 미혼모 또는 재혼 가정 등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의 호적제도와 달리 개인을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등록되는 이 제도는 혈연 중심의 가족관계만 인정되는 제도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개인정보 과다 노출
주부 A씨는 두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보고 충격을 받았다. 두 아이를 모두 입양한 주부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들 항목에 ‘기아 발견’이라는 표기를 보고, 장래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아이들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로 시행된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입양이나 미혼모 또는 재혼가정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와 여성부가 피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행 3개월째라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실태조사 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제도는 대법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지나친 서류 요구에 대해 개선권고는 할 수 있지만 제도적인 변경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로텍 권정순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의 가장 큰 아쉬움은 법률의 제정 목적 어디에서도 개인 신분과 관련한 정보의 등록·증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성토했다.
과도한 정보 담은 증명서
가족관계등록부에는 5가지의 기본적인 증명서가 발급되는데, 부모·배우자·자녀의 인적사항이 기재되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있고, 본인의 출생·사망·개명 등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기본 증명서’가 있으며, 배우자 인적사항 및 혼인·이혼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는 ‘혼인관계 증명서’가 있다.
또 양부모 또는 양자 인적사항 및 입양·파양에 관한 사항이 기록되는 ‘입양관계 증명서’가 있으며, 친생부모·양부모 또는 친양자 인적사항 및 입양·파양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는 ‘친양자입양관계 증명서’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족관계등록부가 혈연 중심의 기재방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권정순 변호사는 “피해 사례 등을 통해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이 개인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목적별로 분류한 이외에 신분에 관련한 개인정보의 등록 및 증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 정보과다 노출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관계자는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해 아기 아빠의 호적에 올린다 해도 아이는 아빠와 엄마 모두의 호적에 오르게 된다”며 개인별 가족관계를 등록하는 것이 결국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개인의 정보를 과도하게 담은 가족관계등록부가 과도하게 요구되는 자체가 문제”라며 5종류의 증명서로 나눠진 새 제도가 지나친 개인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 제도 개인정보 유출 위험 낮춘 것”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난 3월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피해 사례와 개선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된 피해사례 중에는 남편의 지나친 폭력으로 이혼한 한 주부는 전남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의 정보가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심리적인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혼을 해도, 재혼을 해도, 전남편의 기록과 나의 기록이 모두 노출된다는 점에서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개인 정보까지 모두 유출이 된다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한기철 사무관은 “오히려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을 낮춘 것”이라며 노출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개개인의 생각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여성부 관계자는 “가족관계등록부는 실질적인 발급제한범위는 확대됐을지 몰라도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불필요한 서류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지부와 함께 피해사례나 실태에 관한 조사가 끝나면 객관적 자료를 만들어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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