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로 동결됐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4개월 연속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됐다.
한국은행은 31일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작년 6월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이달까지 열린 12번의 금통위에서 계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지난 6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경기상황이 안좋아지면서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8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세계 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이 개선추세를 지속하고 내수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경기지표의 회복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경기상황 인식이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떠올랐다. 현재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인해 각종 경제지표들이 후퇴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발사체 발사 당일 북한이 26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불상 단거리 발사체를 '개량 300㎜ 방사포(대구경 다연장포·Multiple Rocket Launcher)'로 추정했다. 또 29일 오전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 지점에서 약 2700㎞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사이에 커져가던 갈등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 번지면서 전세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다"며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6개월 연속 상승하던 소비자심리지수가 8월엔 하락하는 등 체감경기도 주춤하다.
또 사드배치 관련 중국 보복조치 등으로 자동차 등 수출업계의 교역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추경에 따른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8월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으로 확대되는 세수는 연간 5조50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추가재원이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는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기대되는 세수확대는 5년간 22조원으로 178조원의 12%에 불과하다.
가계부채도 요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2분기(4~6월)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대비 29조2000억원 늘어났다. 지난 7~8월 가계부채 증가액을 감안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하락하고 물가가 기대보다 오른다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 긴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남은 하반기 중에는 부동산 대책의 내수영향 점검이 필요하고 내년 1분기에는 올해 1분기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반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져 한은의 통화정책이 여유로워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 사이에 금리 인상시기에 대한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다만 연준 위원들은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축소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라파엘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몇몇 위원들은 물가상승률 부진을 이유로 인상을 보류하자고 주장했지만,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다른 위원들은 고용 시장 개선과 높은 주가수준에 따라 물가가 2%를 넘어서면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지난 주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자 금융시장은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쌓인 경제 불균형을 털어야 향후 큰 위기가 오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경계감은 그대로다.
때문에 한은은 앞으로 국내 경기, 해외 통화정책, 물가,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두루 살피며 정책 기조의 변경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아직까지 급한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수의견이 등장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여러 면을 생각해보면 이번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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