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이경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탄핵 심판은 지난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도 있었지만 파면이 결정된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 재판을 열고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박근혜)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제계 전반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된 대기업들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금융계에서도 시장 대혼란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 뇌물죄 수사 탄력…대기업 ‘다시 긴장모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되면서 관련 대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뇌물죄와 관련해 SK와 롯데·CJ·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해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특검은 SK나 롯데 등 대기업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검은 “현재로써는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진행하기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탄핵 정국과 관련없이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수사의 핵심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이 대가성이었냐는 점이다.
롯데는 자금을 출연한 것이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과 관련해 로비나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45억원을 출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원을 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날 돌려받기도 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 면세점 인허가 등과 관련해 재단 출연이 대가성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이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이 회장이 사면 받은 뒤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1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들 외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거나 최순실씨 측에 특혜를 준 대기업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다소 무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삼성전자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기업 전체로 수사 영역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그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경유착을 뿌리 뽑고 정의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인 수사는 기업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시장 불확실성 증대…긴급 점검회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선고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사드 관련 중국 제재조치,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상시국임에 분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우리 금융시장은 더 어려운 상황도 극복해 왔을 뿐 아니라 금융부문 체력 역시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며 국내외 투자자·금융권 종사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불안요인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안전장치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 비상한 각오로 전력을 다해 줄 것을 금융위 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임종룡 위원장 주재 긴급 간부 회의를 연 데 이어 11일 토요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16일까지 매일 1차례 금융권·당국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 등을 진행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금융정책 방향과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기존의 정책 궤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데다 경제부처 등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탄핵 사태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이번에는 새 정부 출범 전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는다.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방향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탄핵 결과로 인해 금융권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올해 정책 방향 재정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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