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금감원 제재심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2007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10년간 지급을 회피했던 3개(14개 생보사 중 11개 사는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사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선회했지만 여전히 씁쓸함은 남는다.
이들 생보사들은 ‘가입 후 2년이 지난 후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별도의, 2배 이상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준다’고 약관에 명시해 놓고도 약관 오기·소멸시효 만료를 이유로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최고 경영자(CEO) 제재 등 철퇴를 맞았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각각 1740억 원(지연이자 포함), 1070억 원(지연이자 포함), 672억 원(지연이자 462억 원가량 미포함)에 달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자살보험금 제재심의에서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삼성·한화생명에 대해 각각 3개월·2개월 영업정지와 CEO 문챙경고 조치를 내렸다. 제재심 직전 보험금 전건 지급으로 선회한 교보생명은 이들보다 가벼운 영업정지 1개월, CEO 주의경고에 그쳤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은 그동안 자살보험금 관련 약관이 잘못 기재됐고 원칙적으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생명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중징계 결정이 부담스러웠던 이들 보험사는 결국 CEO의 연임 문제와 경영손실 우려에 입장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중징계인 CEO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징계 수위대로라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연임도 못하고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도 될 수 없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대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CEO 임기 사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 선택을 한 셈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자산은 각각 238조5000억 원, 103조6700억 원, 90조3000억 원으로 생명보험업계에서 확고한 빅3를 굳히고 있다. 밑바탕에는 안정적이고 보험금을 잘 챙겨줄 것이라는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을 터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소비자와 보험사간 신뢰는 중요한 문제다. 자살보험금 약관 내용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소비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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