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시중은행들이 노동조합과 빚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장들이 직접 나섰다. 이에 대해 예상을 넘어선 이례적인 일이라며 결단력 있는 판단으로 노사화합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완전한 노사화합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이날 전 직원에게 노조 선거 개입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메일을 발송할 계획이다.
이에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지난달 26일 지부가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선거개입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예정이다.
앞서 윤종규 행장은 지난 21일 국민은행 노조를 방문해 관련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약속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또 초과근로수당 문제에 대해 1인당 월 12시간 한도제한을 폐지하고, 실제 초과근로에 대해서 한도 제한 없이 금전적 보상 및 일부보상휴가를 병행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직원, 기능직원 등에 대한 차별도 철폐하고 노조와 연장근로 근절을 통한 고용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늦어도 10월부터 오전 8시 30분 이전과 오후 7시 이후 PC사용을 제한하는 PC-On/Off제를 전격 실시할 예정이다.
노사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로는 임금피크제 직원 하위 등급자에 대한 급여 20% 삭감 규정을 즉시 폐지하고, 저성과자관리프로그램도 고용노동부가 폐지를 결정하는 대로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노조 선거 개입 관련 전 HR 책임자와 전 부행장을 해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당초 요구사항의 상당부분이 해소된 상황이고, 집행위원회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만큼 이번 사안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노사갈등을 풀기 위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 7일 함영주 행장은 전 임직원에게 사내메일을 통해 노조과의 갈등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공식적으로 사과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함 행장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EB하나은행 노조는 은행을 상대로 고발한 건을 모두 취하했다.
앞서 KEB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5월4일 사측을 임금체불로 고발했다. 인사 발령 고의 지연, 노조 선거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정한, 이진용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기로 하고 노동자율활동 보장, 부당노동행위 재발 방지 등에 힘쓰기로 했다.
금융권은 대형은행의 수장인 은행장들이 노사갈등에 대해 전 직원들에게 사과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이었던 행장들의 사과를 은행이 받아들였고 이에 노조도 은행을 상대로 한 고발건을 취하하면서 노사관계가 급속도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번 일을 토대로 노사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임자 처벌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관련자들을 해임했다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윤종규 행장이 노조와 갈등을 풀기 위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특별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된다면 업무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수장의 경력에 흠집이 나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행장이 직접 노조와 화해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또 윤종규 행장의 경우 오는 11월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조와 완만한 관계를 구축하고 직원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측은 이번 일로 노사관계에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아직 2분기 노사협의회가 진행중인 데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노조의 고발 취하로 일단락 됐지만 사과메일에 대한 아쉬움과 책임자 처벌이 남아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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