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국방부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한 롯데가 기어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의 소비자와 기업·언론·정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롯데를 향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또 중국 측의 보복이 거세질 전망이지만 롯데와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와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경북 성주C.C.와 유휴 예정 군용지인 경기도 남양주 부지를 교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5월에서 7월 중 사드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롯데를 향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 되면서 향후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우려를 낳고 있다.
◇ 해킹·여론몰이·관광중단…노골적인 전방위 압박
지난 2일 낮에는 롯데면세점의 한국어와 중국어 홈페이지 모두 약 3시간 가량 마비가 됐었다.
롯데 관계자는 “해당 팀의 분석으로는 트래픽(접속량)을 갑자기 늘려 시스템 다운을 유도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3시간여 인터넷 마비로 롯데면세점은 약 5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사드 부지 계약이 마무리된 지난달 28일 당일부터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www.lotte.cn)도 다운돼 지금까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 이날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이 난 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징동닷컴에서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오던 롯데마트관이 갑자기 폐쇄했다. 징동닷컴 측은 “전산 시스템 상의 오류”라고 해명했다.
징동닷컴은 지난 2015년 롯데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지속해서 협력을 모색해왔다.
롯데면세점 웨이보에는 ‘중국을 떠나라’는 2만여개에 달하는 중국인 네티즌의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1일 사설을 통해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이들 기업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롯데 뿐 아니라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대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롯데를 포함한 관광산업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2일 KBS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이 베이징에 주요여행사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한국행 여행 상품을 아예 판매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말 한국행 단체여행을 20% 축소시킨데 이어 한국 관광산업에 대한 보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800만 명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성공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달렸다며 사실상 롯데를 겨냥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경영할 때 반드시 법과 규정을 지켜야하며 외국 기업의 중국에서 경영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 ‘中 눈치보기’…政, 뒤늦은 대책 마련
중국의 이같은 전방위 압박에 대해 한국 정부나 롯데 등은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입장이다.
정부와 자유한국당은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황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측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보복 조치가 본격화 된 시점에서 대책 마련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중국의 반발이 있어왔는데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라고 전했다.
롯데는 중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조심스런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성주골프장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며 “이후 사드 관련 진행 상황은 사실상 롯데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 등 대응 조직을 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과 국민간 우호 증진에 도움되지 않는 언행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부는 사드 관련 중국내 여러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진출을 환영하며 법에 따라 진출 기업의 합법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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