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 쇄신안 발표…'그룹' 사실상 해체

산업 / 여용준 / 2017-02-28 16:09:32
미전실 해체·자율경영 강화…오너 일가 입지 '유지'
▲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 등 내용이 담긴 경영쇄신안을 28일 발표했다.


삼성은 쇄신안 발표를 통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의 공식해체를 선언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전략기획실의 해체 후 2년만에 부활했던 미래전략실은 6년여만에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또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온 삼성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표방함에 따라 이제는 ‘삼성그룹’이란 이름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삼성은 앞으로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유관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의 자율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 2008년, 총수 책임 강조…2017년,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자금 특검 당시에도 경영쇄신안을 통해 전략기획실(現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0년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삼성그룹 자체가 사실상 해체되고 미래전략실의 업무가 계열사로 이관된 만큼 부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쇄신안에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차장(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차장인 장충기 사장은 쇄신안 발표 전인 지난 24일 사의를 표했으며 나머지 미래전략실 7개 팀장들도 모두 사임했다.


2008년 경영 쇄신안과 비교해보면 당시에는 오너 일가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있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은 미술관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에서 물러났으며 이재용 당시 전무는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물러난 뒤 중국과 인도 등 해외사업장을 돌았다.


그러나 이번 쇄신안은 계열사 자율경영과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미래전략실의 모든 업무를 각 계열사로 이관하는 가운데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했던 ‘대관업무’ 기능은 완전히 사라진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대관 기능은 로펌은 물론이고 어느 계열사로도 이관되지 않는다”며 “관공서를 상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각사가 알아서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 계열사도 대관업무를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도 강화된다.


먼저 삼성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는 계열사 이사회에서 정한다. 또 신임임원 만찬과 사장단 만찬, 연말 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등도 없어진다.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매주 수요일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전문가 강연을 듣고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던 ‘수요 사장단 회의’ 역시 없어진다. 대신 동종업 계열사 간 사장단 회의는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공채도 올해 상반기 채용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며 앞으로는 계열사가 자체 인력 상황을 고려해 신입이나 경력 사원을 뽑을 방침이다.


▲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가운데)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기자실에서 미전실 폐지와 계열사 자율 경영을 핵심으로 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건희·이재용, 오너 입지 변함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8일 이재용 부회장 등 17명(최순실·안종범 추가 기소 포함)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지만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서울 서초사옥에 위치한 이 부회장의 사무실은 삼성전자 수원 본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 집무실은 존치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현재 이 부회장의 재판 준비에 총력을 다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이야 됐지만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될 특검과 정면승부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실 법무팀은 삼성전자 태스크포스(T/F)팀으로 옮겨 이 부회장의 재판을 준비할 계획이다.


삼성은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적부심을 신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보석을 신청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재판 전략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분명한 것은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 주장을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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