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정종진 기자] 해킹 등 늘어나는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비해 사이버보험 가입 기업에 면책 특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진호 상명대 지식보안경영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사이버보험 포럼'에서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경민·김경진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수요기업, 보험사, 정보보호기업 사이의 시각차를 해소하고 사이버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과 도입을 위해 마련됐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비한 보험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요 기업은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혜택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보험사는 '가입자에 대한 위험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인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보험은 바이러스·트로이목마·랜섬웨어 등 악성코드 감염이나 해커의 침입 등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비해 기업이 드는 보험이다. 기업이 사이버 침해사고를 당하면 수많은 이용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법령상으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험금 지급도 되지 않는다. 이같은 경우 소비자 피해가 분명히 발생했는데도 소비자가 보상을 받을 길이 없고 소비자가 기업의 책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다툼의 근원이 된다.
유 교수는 "기업이 사이버보험에 가입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면책 조항처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사이버사고특례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이버보험에 가입한 기업이 사이버 침해사고를 당했을 경우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형사책임을 일정 범위 내에서 면제해 주는 조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 사이버 침해사고가 생겼을 때 이용자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사이버보험에 가입할만한 이유가 생기게 된다는 생각이다.
유 교수는 또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른 기업의 과태료나 과징금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한편 지연구 보험개발원 일반손해보험 겸 기업성보험TF 팀장은 "정보비대칭과 도덕적해이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바이러스나 해킹 기법으로 인한 사고 대형화의 우려가 있어 정확한 위험 평가가 힘들기 때문에 보험사가 사이버보험을 적극 인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5년까지 사이버보험 시장 규모가 200억달러(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다국적 보험사 알리안츠의 전망을 소개하면서 이 분야 시장의 큰 잠재력을 강조했다.
지 팀장은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위험 분담 차원에서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국가재보험'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딜로이트글로벌의 2016년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사이버사고 피해액은 연간 5750달러(629조원)로 전세계 자연재해 연평균 피해규모(스위스재보험 2015년 추정치 1800억달러)의 3배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기업 중 정보기술(IT) 예산 중 5% 이상을 정보보호에 투자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해 2015년 기준으로 미국(46%), 영국(41%) 등에 비해 현격히 적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이버사고 피해가 증가하는 가운데 보안사고 대응에 사이버보험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며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통해 아직 초기단계인 사이버보험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도출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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