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형집행 논란 확산…이틀째 설전

산업 / 토요경제 / 2010-03-18 11:43:21
정치권은 이귀남 법무장관의 '사형집행 시설 설치 발언'을 둘러싸고 이틀째 설전을 벌였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민주당 김부겸·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박탈할 수 없다"며 사형집행 반대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국회 사법제도개선 특별위원장과 장윤석 의원은 "정당한 근거없이 사형 집행을 미루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맞섰다.

전날(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형제 반대 입장을 밝힌 김형오 국회의장은 18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생명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도 없으며 누구도 박탈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인간이 인간을 제도나 법률에 의해 죽이는 일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며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평생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하게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라든지 사면복권이 없는 무기징역형 등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사형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직무유기라고 보지 않는다.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흉악범을 저지른 사람에게 관대하게 하자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인간 고유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오전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적 공분에 편승한 사형집행 시도는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범죄행위로 인한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근본 책무"라며 "정부가 직무유기를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흉악범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고도 후안무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흉악범죄 근절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 구시대적 산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력이 없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사형에 대한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몰각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특히 "지난 13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이 비이성적 판단에 따라 졸속으로 사형을 집행하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고, 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체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사법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당한 근거없이 사형 집행을 미뤄온 것은 법이 명시하고 있는 의무조항을 위배하는 직무유기이자 법치주의를 어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문제를 국민감정을 이용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의 법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형폐지국 위상 실추 논란에 대해서는 "인권 선진국 이야기를 하지만 사형제 폐지 여부가 그 척도는 아니다"라며 "생명권을 존중하려면 피해자의 생명권 존중도 같이 생각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혁위원회 소속 장윤석 의원도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와의 외교관계, 통상문제가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만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발언도 옳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법원이 엄정한 심리재판을 통해서 사형을 선고했고 현행법이 사형집행을 하도록 정부에 책임을 주고 있다면 집행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다만 집행기관이 어느 정도 유보를 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재량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지난 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찾아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할 것을 지시하며 "사형집행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사형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