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정종진 기자] 금융당국이 일부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의 편법적인 운영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거래소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일명 '벌집계좌'를 편법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벌집계좌의 경우 본인 확인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자금세탁 소지가 다분하고 해킹 등 상황 발생시 거래자금이 뒤엉키는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보고, 이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면서 후발 거래소들이 법인계좌 아래 다수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같은 계좌는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의 점검 과정에서 가장 밀도 높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눈여겨보는 계좌는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로 위장한 사실상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벌집계좌)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아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다. 법인계좌에 1번부터 100만번까지 일련번호를 줘 특정인 명의의 계좌를 운영하는 방식인데 대다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상계좌를 활용해 영업해왔다.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12월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이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편법을 썼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 수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사고에도 취약하다. 법인계좌에 예속된 자금이므로 법적인 소유권도 거래자가 아닌 법인이 갖는다.
금융당국은 이들 계좌의 경우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해 자금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중인 금융당국은 위법사항 적발시 초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합동으로 거래소도 조사할 예정이다. 자금세탁이나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 범죄 적발시 거래소 폐쇄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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