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세 퇴직, 사라지는 ‘노하우’

산업 / 이정선 / 2018-05-10 18:29:38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월급쟁이 547명을 대상으로 ‘체감 퇴직 연령’을 설문한 결과, 이들이 예상하는 퇴직 연령은 평균 50.9세로 나타났다고 했다. 남성이 51.7세, 여성은 49.8세였다. 여성이 느끼는 퇴직 연령이 남성보다 2년쯤 빨랐다.

‘정년 연장’ 얘기는 무성한데, 월급쟁이들은 50세쯤 되면 직장 떠날 ‘각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년 때까지 자신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월급쟁이는 18.5%에 불과했다.

생산·기술직과 서비스직 월급쟁이는 체감 퇴직 연령이 52.4세, 전문직은 52.3세로 약간 높지만 ▲마케팅·홍보직 49.4세 ▲재무·회계직 49.3세 ▲디자인직 48.1세 ▲IT·정보통신직 48.9세 등으로 조금 빨리 그만둬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 불과 50쯤의 나이로 소위 ‘명퇴’를 하면 재취업 문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유는 쉽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수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창 나이라서 일을 계속하고 싶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신한은행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은퇴한 사람 가운데 59.1%가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취업 비율은 27.2%에 불과했다.

재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단순노무직’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채용정보 사이트 잡서치와 공동으로 조사한 ‘중장년 채용인식 실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중장년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 221개 기업의 채용 직종은 단순노무직이 26.6%로 가장 많았다. 연구·기술직(21.3%), 사무·관리직(19.3%) 등은 적었다. 올해 중장년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도 26.8%가 단순노무직을 원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 32.5%는 중장년 채용으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전수’에 도움 되었다고 했지만, 3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73.3%에 달했다. 단순노무직 등의 일자리가 많은데다, 임금 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 중에서 절반 가까운 48.5%가 ‘주요 경력’이 아닌 ‘미경험 분야’의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구직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퇴사가 빠르고, ‘미경험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노하우 전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아까운 노하우가 그만큼 사장될 수밖에 없다.

경력을 살리려면, 외국에서 취업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중국은 그런 구직자들에게 월급을 3배로 올려주겠다는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끌어들이고 있다. 조선업종 등에서는 적지 않은 기능 인력이 중국으로 옮겼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런 결과, 중국에게 제조업 경쟁력을 이미 추월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라는 얼마 전의 보고서다.

국가 전체로 볼 때 간단치 않은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기술’뿐 아니라, 아까운 ‘노하우’가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여기에 대한 대책은 ‘별로’다. 일자리 추경에만 급급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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