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김사선 기자]미국발 정책금리 인상 여파에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선 데다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서민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2018년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가계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은행의 5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전달보다 6bp(1bp=0.01%) 오른 3.75%였다.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bp 오른 3.49%였고, 일반신용대출은 11bp나 뛰어 4.56%를 기록했다.
가계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4년 9월(각 3.76%, 3.5%) 이후 최고치고,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3월(4.61%)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고였다.
특히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해 국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안에 5%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하면서 지난 달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0.03%포인트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코픽스는 잔액 기준 연 1.83%, 신규 취급액 기준 연 1.82%로 각각 전달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특히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015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KB국민은행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잔액기준 코픽스 연동)를 지난달 15일 3.49~4.69%에서 3.52~4.72%로 각 0.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0.03%포인트 상향해 각각 3.13~4.48%, 3.23~4.23%, 2.80~4.42%를 적용한다. KEB하나은행은 0.014%포인트를 상향한 3.063%~4.263%를 적용한다.
신용대출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추이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금리는 지난해 8월 3.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올 5월 4.56%까지 올랐다. 9개월 사이 0.78%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신용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덩달아 오른 영향 때문이다.
금융채Ⅰ(AAA등급)의 6개월물이 2017년 8월 1일 1.396%에서 2018년 5월 31일 1.783%로 0.387%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은 대개 금융채 6개월물에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은행연합회 공시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9월 2.71%에서 올 6월 3.96%로 1.25%포인트나 올랐다.
국민은행은 2017년 9월에 주요 은행 중에 신용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탓에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의 기준금리가 0.38%포인트 오르는 동안 가산금리를 0.90%포인트 인상했다.
다른 5대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기준금리가 국민은행과 비슷하게 올랐지만 가산금리는 많아도 0.12%포인트 인상(신한은행)하는 데 그치거나 되려 0.17%포인트 인하(우리은행)했다.
지난해 9월∼올 6월 신용대출금리는 신한은행 0.46%포인트, KEB하나은행 0.42%포인트, NH농협은행 0.41%포인트, 우리은행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리 자체도 5대 은행 가운데 제일 높으면서도 상승폭도 컸다. 이는 신용대출상품 중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들어 연체 가산금리를 내린 탓에 전반적인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중신용자의 대출금리가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은 3∼4등급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 사이 1.55%포인트, 5∼6등급도 2.18%포인트나 각각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5∼6등급(0.40%포인트), 농협은행은 3∼4등급(0.46%포인트), 신한은행은 3∼4등급(0.47%포인트)의 금리 상승폭이 큰 편이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 역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직전 3개월간 취급된 대출금리 평균치)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대비 0.1%~0.35%포인트 가량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3.92%→4.16%), 우리은행(3.40%→3.75%), SC제일은행(3.61%→3.75%), 농협은행(3.62%→3.72%), 신한은행(3.49%→3.67%), 씨티은행(3.51%→3.67%), 하나은행(3.46%→3.61%) 등의 순으로 평균금리가 높았다.
이처럼 가계·기업대출 금리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미국 정책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에만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를 올렸고, 지난 13일(현지시간) 금리 인상까지 포함하면 1년 6개월 동안 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시장금리도 이에 연동해 오르게 된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도 국내 시장금리를 함께 올려 대출금리를 상승시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해 올해 모두 네 차례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연말로 갈수록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직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가계 이자부담은 2조3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가계신용대출이 지난해 3분기 이후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금리 상승 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소득·일자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은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경우 가계 부실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기를 맞아 대출자들은 부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된다면 현재의 금리 수준에 만족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 변동금리 적용을 받는 혼합형 대출을 받는 것이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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