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잘려나간 북한 영토?

기자수첩 / 이정선 / 2018-05-01 05:57:3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언론은 <한반도>를 강조하고 있었다. 신문도 방송도 <한반도>였다. 정상회담 당일에도 <한반도>였다. 그리고 정상회담이 끝나고도 <한반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표도 <한반도>의 평화와 변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었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온 나라가 <한반도>를 외치고 있어서인지, 외국 언론도 <한반도>였다. 어떤 외국 방송은 “<한반도 역사> 에서 엄청난 순간”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반도(半島)’가 뭔가. 누구나 알다시피 ‘반도’는 ‘3면이 바다인 땅’이라는 소리다.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그렇지만, 우리 땅은 ‘반도’일 수가 절대로 없다. 지도를 펼쳐놓고 신의주에서 함흥 근처까지 줄을 쳐봐도 알 수 있다.

신의주∼함흥 북쪽은 ‘3면이 바다’가 아니다. 동해안 쪽 ‘1면만 바다’다. 신의주∼함흥 이북은 ‘반도’가 아니라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대륙의 일부’다. 우리 땅은 대륙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충 한 세기 전까지는 만주에도 우리 땅이 있었다. ‘간도’다.

일제가 만주철도 부설권을 얻는 조건으로 청나라에 자기들 멋대로 넘겨주기 전까지 ‘간도’는 우리 땅이었다. 남한 면적의 절반이나 되는 간단치 않은 땅이다.

그래서 우리 땅은 더욱 ‘반도’일 수 없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구려와 요서 백제, 발해의 광활했던 영토를 따질 것도 없다. 외국 언론이 ‘한반도 역사’ 운운하면서 보도한 것은 잘못이다.

그런 우리 땅을 ‘반도’라고 깎아버린 것은 제국주의 일본이었다. ‘섬나라’인 자기들의 땅은 ‘4면이 바다인 제대로 된 섬’이라면서, 우리 땅은 ‘섬’이 되다가 만 ‘반쪽 섬’이라고 우겨댄 것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역을 ‘반도’ 이남으로 축소시켜서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의도였다. 일제는 우리를 ‘한토징(半島人)’이라고 멸시해서 부르기도 했다.

따라서 ‘반도’는 쓰지 말아야 좋을 표현이다. 쓰면 안 될 표현이다. 한글학회는 ‘한반도’라는 말을 버려야 한다고 벌써 지적한 바 있다.

단재 신채호((申采浩·1880~1936)는 ‘반도’라는 말이 가끔 껄끄러웠던지 ‘환해 삼천리(環海三千里)’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삼천리강산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반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스스로 오그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반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반도’다.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도 있었다. 헌법마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처럼 남한과 북한의 영토를 모두 언급해야 할 경우 ‘남북한’이라고 표현해도 충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반도’였다. 깃발은 ‘한반도기’였다. ‘한반도’라는 말은 ‘반도’에 포함되지 않는 신의주∼함흥 이북의 땅을 잘라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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