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는 한 마을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한 귀한 가전제품이었다. 그야말로 세탁기는 물론이거니와 에어컨은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지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어느 집이든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은 이미 보편화됐고 가습기, 에어컨, 비데 등은 선택사항이 돼 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 단지 가전제품을 몇 개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기능이 어떠냐에 따라 가전제품의 중요도가 가려지고 있다. 특히 웰빙열풍으로 인해 가정에서 쓰이는 가전이나 생활용품의 기능에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항목이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건강이나 웰빙 콘셉트가 가격 인상수단으로 남용되거나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욕조부터 세탁기까지, 인체와 밀착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사용하면서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는 만큼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어떨까.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 전시대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말은 ‘건강을 생각한’ 또는 ‘웰빙’ 등이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우리의 욕구가 높아졌다는 것.
이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등장시키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건강적인 측면을 추가한 상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주부들의 허리 건강을 고려해 드럼 자체를 경사지게 해 주부의 허리 보호에 초점을 맞춘 드럼세탁기라든지 은나노, 알레르기 방지 등의 기능을 추가한 가전제품 그리고 좀 더 안락한 욕조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특허청에서 욕조의 기능성 디자인 출원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3년 26.3%(19건 중 5건)에서 2004년 60.9%((82건 중 50건), 2005년 62.0%(71건 중 44건), 2006년 10월 기준 64.4%(45건 중 29건)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욕조가 건강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안락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기 위한 기능성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기 시작해 2003년에는 욕조에 편안히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머리받침, 손잡이가 부착된 디자인출원이 많았다.
가습기도 마찬가지. 최근(2000년~2005년)에 가장 많이 출원된 가습기의 복합기능으로는 실내 장식(39%), 공기 정화(32%), 탈취·방향(14%) 관련한 출원들이 있으며, 그 외에 찜질, 미용 등에 관련한 것도 있다.
또한 가습기가 에어컨, 항온항습기 등과 결합해 종합적인 공기조화시스템의 일부로서 적용되는 경우도 1990년대 9%, 2000년대 20%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와 함께 음이온관련 특허출원 현황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총 719건이 출원됐는데 이 중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최근 3년간 출원은 391건 51.5%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는 생소했던 비데나 공기청정기 등도 웰빙으로 인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을 고려한 제품의 인기는 일본에서도 높다. 2004년 가을에 출시된 한 오븐레인지의 경우 고가지만 전자파가 아닌 고온의 수증기로 가열함으로써 음식의 지방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니케이비즈니스 선정 2005년 일본 히트상품 순위 5위에 랭크될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건강 포장 가전제품, 거품은?
물론 인체 구조와 더욱 밀접하게 관계가 되는 제품들의 출시는 좀 더 편안하고 건강한 생활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웰빙이라는 이름 아래 겉모습은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실제 건강 효과가 의심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한편으로는 가격 인상수단으로 건강, 웰빙 콘셉트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음이온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기 등도 실제 홍보되는 만큼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오상용 교수는 “시중에 시판되고 있는 음이온 발생 장치들은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으로 만든 대전판에 5000∼7000볼트의 고전압을 가하면 금속에서 음이온이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실제로는 음이온 발생량을 정확하게 측정한 제품들도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음이온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양이온과 결합해 쉽게 중화해 버리기 때문에 제품들에 대한 홍보내용 만큼 효과는 미지수”라고 분석한다.
결국 음이온 발생장치에 의존하기보다는 가까운 숲을 자주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오 교수의 제안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웰빙 열풍에 휩쓸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마치 질병을 치료해 줄 것이라고 맹신하며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 소비자 스스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이혜영 부장은 “업체에서는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불필요한 기능을 첨가해 건강으로 유인해 판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소비자가 광고에 쉽게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가전업체 관계자는 “건강과 결합한 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니즈에 의한 것이고 기업에서도 이를 개발하기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제품의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웰빙 트렌드를 기업이 일방적으로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수단으로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됐다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더 이상 선을 보이고 있지 않은 제품들이 있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도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며 제품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운동이나 산책 등을 통해 직접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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