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공정위, SKT 하나로 인수 '이중잣대'

산업1 / 토요경제 / 2008-02-25 09:46:46
공정위, 800㎒ 재배치 결정에 정통부 "SKT 로밍 의무 없다"

▲ 유영환 정통부 장관
공정위 "SKT 주파수 로밍 거부시 제재" 맞대응
이통사들 "800㎒ 간과한 정통부 인가에 유감"


공정위와 정통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조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 부처는 특히 황금주파수로 평가되는 800㎒ 재배치와 관련해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며 서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기 밥그릇'에 밤나라 대추나라 하지 말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과정에서 촉발된 양 부처의 힘겨루기는 향후 서로 다른 정책 결정을 내려질 것으로 보여 이동통신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통부, 공정위 권고 미반영


정통부는 지난 20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정통부는 공정위가 시정 조치한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로밍과 관련해 "이용자 보호, 전파 자원 효율성을 고려해 이번 건과 별도로 정통부가 후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유무선을 아우르는 제2의 통신 공룡으로 거듭나게 됐다.


정통부 이기주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지배력 강화 효과는 800㎒ 주파수의 효율성 뿐 아니라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력, 유통망 공동활용, 자금력 등에 의한 것"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공정위의 로밍 허용 의무 의견에 대해서는 본건 인가와 별도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파법에 따라 정통부가 추진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하고 있는 800㎒ 주파수가 통신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의 원천이라며 경쟁업체가 요구할 경우 정당한 이유없이 로밍을 거부할 수 없다는 시정조치를 달아 조건부 인가 결정을 내린바 있다.


정통부는 공정위가 권고한 주파수 회수ㆍ재배치와 관련해 "전파법에 따라 정통부 장관이 주파수 이용 실적이 저조하거나 이용효율을 고려해 재고할 필요 등이 있는 경우 추진하는 사항"이라며 조기에 시행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통부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2012년까지 전국 농ㆍ어촌 지역에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BcN)을 구축하는 계획을 제출, 승인 받도록 하는 등 6가지 인가 조건을 제시했다.


계열사에 대한 우선적인 재판매 제공을 금지하고, 계열사와 달리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하거나 거절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조건도 주어졌다.


SK텔레콤은 또 하나로텔레콤과 결합상품을 판매할 때 개별 상품의 제공, 폐지.제한을 통해 이용을 강제하거나 유통망에 불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해 결합상품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공정위, 정통부 결정 발끈


공정위는 정통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조건이 공정위 결정과 다르다며 SK텔레콤이 주파수 로밍을 거부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정통부의 결정에 대해 "결합상품 문제 등에서 공정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주파수 로밍이나 회수.재배치에 대한 조치가 없는 것은 당초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과는 상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주파수 재분배 문제는 정보통신사업법에 따른 정통부 고유의 권한이지만, 다른 업체의 800㎒주파수 공동사용(로밍)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게 한 것은 공정위가 해당 업체에 내린 시정조치이므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관련 절차를 거쳐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파수 로밍 거절 금지는 정통부 요청사항이 아니라 공정위가 SK텔레콤에 내린 시정조치였다"면서 "따라서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의 의결서를 전달받는 순간부터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통부가 주파수 로밍이나 회수.재배치 방안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라 추후 추진키로 했으므로 향후 해당 논의과정에서 공정위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쟁사, 정통부 결정 유감


정통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무선 통신 및 케이블TV업계 등 경쟁업체들도 800㎒ 주파수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정으로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KTF는 "핵심 경쟁제한 요소인 800㎒ 문제 해소가 이번 6가지 인가조건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통신시장 전반에 걸쳐 심각한 경쟁제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정부가 SKT-신세기 통신 합병에서 기인한 잘못된 800㎒ 주파수 독점이 SKT의 시장 지배력 원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소극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시정조치만을 부여한 것은 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을 위한 기회를 외면한 것"이라며 "따라서 800㎒를 포함한 우량주파수 대역에 대한 재배치 및 조기 회수에 대한 계획을 올해 중에 반드시 수립하고 2011년 주파수 완전 재배치 시점 이전에 주파수를 공정배분해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사는 또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유무선시장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해 주파수 재배치 이전까지는 결합판매를 금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LG텔레콤도 "이동통신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이번 하나로텔레콤 인수인가 조건에 SKT의 독점력을 완화할 수 있는 800㎒ 주파수의 로밍 및 SKT 계열사에 의한 이동전화 서비스 재판매 금지 등에 대한 조치가 배제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또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통신시장을 복점구조로 만들어 경쟁제한적 상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며 경쟁제한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후에라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통부에 요청했다.


또 케이블TV업계는 "시장 변화 추세에 부응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성명을 내고 "무선시장의 필수설비라 할 수 있는 800MHz 주파수 개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 3가지 결합상품)에서 QPS(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 4가지 결합상품) 등 경쟁으로 급속하게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시장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KT, SKT와 같은 거대사업자들에게만 방송통신융합 시장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가격인하에 기여할 수 있는 케이블TV사업자에게도 QPS 경쟁에 참여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소비자 이익에 공헌하는 것"이라며 "800㎒ 미개방과 실효성이 약한 MVNO(이동통신 재판매) 정책 등으로 인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무선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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