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주식 ‘대박’

산업 / 이정선 / 2018-05-11 06:23:59

위(魏)나라 때 백규(白圭)라는 갑부가 있었다.

백규는 사람들이 관심 없는 것을 사서 모았다. 그랬다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들이려고 할 때 팔아치웠다. 그런 식으로 ‘떼돈’을 벌었다.

예를 들어, 풍년으로 곡식값이 떨어지면 ‘왕창’ 사들였다. 흉년을 기다렸다가 가격이 비싸지면 그 곡식을 내다 팔았다. 한마디로, 값이 쌀 때 사들였다가 비싸지면 처분한 것이다.

백규는 정부의 정책을 주시하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렸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게 무엇일지 머리를 굴렸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여길 만한 것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런 결과, 돈 좀 만질 수 있었다.

백규의 이런 재테크(?)에서 나온 말이 ‘인기아취(人棄我取)’다. ‘남이 버리면 나는 취한다’는 뜻이다. ‘인취아여(人取我與)’라고도 했다. ‘남이 사면 나는 넘겨준다’는 얘기다. 물론 차익을 남기고 팔아넘겼다.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인기아취’만 기억하고 있으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백규의 시대는 얼추 2000년 전이었다. 주식이라는 게 없던 시대였다. 하지만 주식투자도 백규처럼 하면 ‘필승’일 수 있다.

주식값이 떨어지는 이유도 ‘사자’보다 ‘팔자’가 많기 때문이다. 주식을 버리려는 사람이 취하려는 사람보다 많아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오르는 이유는 당연히 그 반대다.

따라서 백규처럼 ‘팔자’가 많아서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사들였다가 ‘사자’가 많아질 때 처분하면 된다. 그래서 ‘인기아취’다.

그렇지만,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아마도 통하기 어려울 방법이다. 우리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백규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지수 전체가 오르고, 팔아치우면 주가지수도 휘청거리는 것이다.

최근의 주가 추세만 봐도 그렇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형 호재’가 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며칠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에만 760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4거래일 동안에 자그마치 2조 원어치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코스피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에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투자자들이 17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덕분이다.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증권시장은 벌써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의 ‘놀이터’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여서 주가가 오르면, 뒤늦게 우리 투자자들이 달려들었다. 증권 용어로 ‘뇌동매매’, 덩달아서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그 사이에 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가서 다른 주식에 손대고 있었다. 이른바 ‘상투’였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장밋빛 주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위 ‘남북 경협주’가 강세를 보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면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등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주가지수가 최고 15%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주가지수는 앞으로의 경기를 점칠 수 있는 ‘경기예고지표’의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상승은 나라 경제 전체가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코스피는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출렁거리는 게 코스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외국인투자자들이 어떤 주식을 건드릴 것인지 점쳐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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