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금지금.영세율 등 세법 전문지식 교묘히 이용
일부 대기업 직원, 퇴직 후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수입, 수출 등 금괴 불법 유통을 통해 2조원대의 세금을 도둑질한 7개 대기업과 대형도매업체 등이 검찰에 검거됐다. 특히 이들은 지난 외환위기 때 나라를 살리라고 국민들이 모아준 금을 세금 포탈에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라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한견표)은 대기업 전 금속팀장 정모씨와 대형 금도매업체 사업주 등 102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하는 등 달아난 21명을 지명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IMF 직후인 지난 1999년 3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금괴를 수출용으로 거래하면 수출용 금지금에는 영세율이 적용돼 부가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악용해 '폭탄업체'와 거래를 통해 2조원대의 부가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지금(金地金)이란 순도 99.5% 이상의 원재료 상태인 금괴를 말한다. 금지금을 수입할 때 면세거래 승인을 받은 도매업자 등이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면 부가세가 면제됐다. 또한 수출 또는 은행의 구매확인서에 의한 국내 거래 때도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는 영세율(0%)이 적용됐다.
이번 사건에는 160여개에 달하는 '폭탄업체'와 500여개의 서울 종로 금도매 업체 등이 가담했으며 SK상사, 삼성물산, 한화, LS니꼬 동제련(주), 고려 아연 등 7개 대기업들이 금괴수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적이고 복잡한 구조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수법은 외국업체-수입업체-도매업체-폭탄업체-도매업체-수출업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폭탄업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노숙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금괴도매상을 설립하고 단 1~2개월만 거래를 한 뒤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고 폐업해 버린다. 원가보다 싼값에 금괴를 도매업체에 넘기지만 세금부담이 없어 오히려 이득을 본다.
이렇게 도매업체로 넘어간 금괴는 '국세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끼워 넣은 여러 도매상들'을 거체 유통(뺑뺑이 거래)되다가 다시 수출업체를 통해서 수입가격보다 싼 가격에 넘어가게 된다.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는 부가세가 부과된 금괴도 수출할 때에는 국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세금을 환급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폐업하는 업체로 인해 걷지도 못하는 세금을 수출 시 환급해 주게 되고 이는 계속 반복해 그만큼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짜리 금괴를 수입한 경우 이들 업체들은 매매단계별로 9만원에서 30만원의 이익을 남겨 이런 과정이 한 바퀴 돌 때마다 업체들 전체로는 95만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 95만원은 폭탄업체가 납부해야 할 부과세를 납부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방법으로 부정 환급된 금액은 99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조3000억원. 수출업자가 금괴를 수입가보다 저가에 재수출함으로써 연간 590여억원의 국부도 유출됐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직원이 생각해 낸 수법
이 복잡하고도 기상천외한 수법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외화 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금을 모으고 대기업이 이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고안해 낸 것이라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검찰은 SK상사 등 대기업과 계열 상사 일부 직원이 국민이 모은 금을 사들여 수출해 수익을 내다 1998년 중반 원화 환율이 하락하자 실적을 높이려고 '폭탄업체를 끼워 매출 단가를 낮춰 수출한 뒤 이윤은 국가로부터 환급받은 부가세로 충당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이 수법을 통해 대기업 담당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 회사 내에서 승진을 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일부는 이런 방식으로 회사에 수익을 내준 뒤 아예 퇴직하고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홍콩 현지법인까지 설립해 홍콩 금 수입업체까지 관리하면서 생긴 수익금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아파트와 토지 등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대기업 출신 직원은 퇴사 후 2년 만에 중국 상해에 있는 호텔에 100억원을 투자할 정도의 재력가로 성장하기도 했다.
벌금만 2조원대…대기업 처벌 못해
그러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하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이런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 검찰은 양법 규정에 의해 법인과 행위 당사자 모두 처벌 할 수 있었다.
법인은 공소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았으나 범죄 행위를 한 대기업 직원들은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처벌을 받았다. 다행히 대기업들은 징수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포탈한 세액을 모두 내야 한다.
법원은 수출입 회사와 폭탄업체를 관리하며 부가세 850억원을 포탈한 이모씨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1700억원을 선고하는 등 범행 주도 및 가담자들에게 중형을 내렸다. 또한 지금까지 41명에 대해 선고를 했으며 이를 모두 합산하면 징역 161년 6개월, 벌금 2조 4627억원이 된다.
검찰은 금 판매업자가 매입자에게 부가세를 받아 국가에 내는 대리징수납부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보고 매입자가 세무서에 직접 내도록 제도 개선을 제안, 관련 내용이 담긴 조세제한특례법이 공표돼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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