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미래, 중국에 답있다

산업1 / 토요경제 / 2008-02-11 13:46:59

"몸통은 어른인데 머리는 아직 어린아이"


중국 금융시장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을 것이다. 금융 규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지만, 아직 제도나 금융 기법 등이 규모를 적절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 주제를 '금융강국 중국'이 아닌 '금융대국 중국'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금융 시장은 그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도적으로 미비하지만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내실을 갖춰가고 있었다. 완전한 금융 선진국이 머지않을 전망이다. 중국 금융의 빠른 변화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


'금융대국 중국'을 취재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을때 우선 중국 금융 회사들의 규모와 내실 그리고 네트워크에 놀랐다. 베이징과 상하이 금융가는 생각 이상으로 거대했다. 더욱이 금융 경쟁력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와도 맞물려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 베이징의 월가 '진룽다지에'


중국 베이징의 '월가'로 불리면서 중국 금융기업들의 본사가 밀집해있는 진룽다지에(金融大街)는 최근 규모를 현 1.18㎢에서 4.77㎢ 규모로 4배 이상 확대하는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이는 베이징이 상하이, 선전, 톈진 등에 이어 중국 금융 중심지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베이징시는 진룽다지에 지역에 국내·외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현대적 상권을 조성해 상하이에 버금가는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금융중심지는 증시가 위치한 상하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 은행들은 정부 및 인민은행 등 금융 부처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본사를 베이징에 두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등 관청과 메릴린치, 중국건설은행 등을 비롯한 국내외 은행이 이들 지역에 집중적으로 입주해있었다.


기자가 진룽다지에를 방문했을때에도 금융가를 넓히기 위한 기초 단계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우뚝 솟은 빌딩 뿐 아니라 불어닥치고 있는 변화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중국 금융 규모의 잠재력을 새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낯설지 않은 커피전문점들도 눈에 띄었다.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펴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을 확인하고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양복을 입은 무리들이 각 건물에서 일제히 쏟아져나와 식사를 하기 위해 분주히 이동하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진룽다지에의 스타벅스에서 만난 왕친항(36) 중국 은허(銀河)증권 애널리스트는 "요즘에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인재들이 많아 스타벅스 등에서 서양식으로 커피를 즐기고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 서양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금융가에 불어온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음료 한잔이 20~30위안(3000~4500원)으로 상당히 중국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금융가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고급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전통적으로 중국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점심시간은 2시간이지만, 최근에는 너무 업무가 바빠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일이 허다할 정도"라면서 "점심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도 금융 중심지로써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뉴욕은 과거, 런던은 현재, 상하이는 미래'라고 표현하며 세계 금융 중심지의 권력 이동을 설명했다. 그만큼 중국의 금융 중심지로써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상하이 푸둥 지구에 위치한 동방명주에서 바라본 상하이의 풍경은 말 그대로 금융 중심지 상하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놀라운 발견이기도 했다. 상하이의 금융가는 베이징의 금융가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상대적으로 베이징의 건물이 넓은 터에 자리잡아 높지 않고 넓은 건물이 많다면, 상하이는 모두 높은 고층 빌딩들이 금융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베이징과는 달리 새로 개발한 신도시 지역인 푸둥 지역의 터가 넓지 않아 대부분의 빌딩이 높이 솟아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로 비상하는 차이나 달러


중국은 11%를 넘는 경제성장률과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일약 국제 금융계 거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달러는 중국 금융업계의 체질을 강화시켰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중국 국영은행들의 부실 채권들을 사들여 은행들을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이제 중국 금융업체들은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금융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은 세계 금융권 판도마저 바꿀 태세다.


중국 차이나 달러의 세계 금융 시장 공략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외환보유액에서 2100억달러를 때내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 해외 투자에 나섰다.


중국 공상은행도 지난해 미국 씨티그룹을 제치고 시가총액에서 세계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중국 증시 활황덕을 봤다고 하더라도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또 중국 은행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은행의 지분 투자 및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는 롄샹의 IBM 개인용컴퓨터(PC) 부문 인수, TCL의 프랑스 톰슨 TV사업 인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의 페트로 카자흐스탄 인수 등 이미 확대되고 있는 산업자본의 해외 진출을 잇는 것이다. 중국 금융 자본의 해외 공략이 본격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세계 투자기관들의 '차이나 달러' 유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회사의 해외투자를 허용한 해외투자적격기관(QDII) 자금이 세계 금융 판도를 바꿀 것이란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도 나왔다. 현재까지 승인된 QDII 자금은 653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불황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 증시의 약진도 눈부시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IPO 부문에서도 뉴욕, 런던을 제치고 세계 1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이 상하이와 선전 A증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당초 예상치의 2배에 달하는 52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6년 홍콩(410억달러), 런던(390억달러), 뉴욕(290억달러)의 IPO실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중국이 이처럼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부상한 것은 중국 증시의 최근 눈부신 상승세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세계 증시 중심지를 자처해 온 홍콩, 뉴욕, 런던 등은 사뭇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 위안화 세계 기축통화 야심


중국 기업들이 본토가 아닌 지역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하자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위안화 채권 발행을 '세계 기축 통화를 향한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발전은행은 지난해 6월 홍콩에서 최고 50억위안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첫번째 해외 채권 발행이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 위안화가 아시아 및 세계 기축통화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험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세계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으로 직결된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잠재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있다면 오직 위안화뿐"이라며 "위안화의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저스는 "위안화에 직접 투자하고 있고 자녀들에게 중국어 교육도 시키고 있다"면서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대신 위안화가 2010년대 후반에는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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