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자유민주주의의 ‘자유’

산업 / 권희용 / 2014-05-19 10:56:33

한 달이 지났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대개 한 달쯤이면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사회적 망각증세에 의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물론 사건의 크기에 따라 충격의 파장은 다르기 마련이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근년에 들어 그 어느 충격에 비교하라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아직도 국민들은 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이 총격에서 빠져 나갈 퇴로를 막고 있는 이벤트가 가로 놓여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자체 선거가 그것이다. 특히 야당에게는 이보다 더 물고 늘어지기 좋은게 있겠는가. 세월호 침몰과 함꼐 허둥대기 시작한 정부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야당이 간과할 일도 아니다. 그러니 국민으로서는 길고 긴 악몽에서 벗어날 까닭이 있겠는가.

그래서 세월호가 빚어낸 비극은 현재진행 중이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이런 한국의 미래진행형 사회적 비극을 보고 미국 모 매체의 기자가 아는 척을 했다. “한국에는 국가적 비극에서 국민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는 리더십을 보이는 지도자가 안 보인다.”면서 “이런 때 일수록 ‘국민여러분, 이제는 슬픔을 떨치고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나서는 리더가 없다고 꼬집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월드트레이드 쌍둥이빌딩이 테러에 의해 붕괴된 9.11사건으로 온통 충격에 빠져있을 때를 예로 들었다.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미국 국민들에게 당시 부시대통령과 뉴욕시장이 위와 같이 격려하면서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았음을 일깨웠다. 그럴 듯 한 말이다.

그리고 고마운 지적이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사안이 있음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9.11과 4.16사건은 본질이 다르다. 9.11은 테러집단이라는 외침에 의한 비극인 반면, 테러집단이라는 외침에 의한 비극인 반면, 4.16세월호 침몰사건은 특정회사의 안전 불감증에 의해 저질러진 비극이라는 점이다.

물론 수습과정에서 당국의 어수선한 대응이 희생을 줄이지 못한 점이 문제의 초점처럼 번지긴 했어도, 본질은 개인회사의 무책임에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놀랐다. 채 피지도 못한 생명이 수장을 당하는 동안 공권력은 우왕좌오아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유구무언 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국민 여러분, 이제는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나설 천하장사 리더가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한국의 경제가 심각한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 지적에는 가슴이 아려온다. 세월호 침몰이후 이미 서민경제에 적신호가 온지는 여러 날이 지났다. 마침 야외활동이 왕성한 즈음이었다. 크고 작은 단체나 회사들이 야유회를 즐기는 무렵이었다.

그러나 비극적 상황에서 웃고 즐길 때가 아님을 알기에 앞 다투어 취소하기 시작했다. 대목을 놓친 군소 상인들의 시름이 여간 아니다. 음식점 골목의 밤 불빛이 꺼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한숨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꼭 한 달 전, 경제당국은 실로 오랜만에 3년간의 불황터널에서 우리 경제가 빠져나오고 있다고 예고했다. 실물시장에서의 기지개도 감지되던 시점이었다.

골목시장의 상인들의 얼굴에도 정말 오랜만에 희색이 감돌던 무렵이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오직 ‘수출호조’ 하나로 나라경제가 괜찮다고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서민들은 대기업이 잘나가고 있다는데 어쩌랴 싶어 허리띠만 졸라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윗목에도 온기가 도는 듯한 무렵에 당한 횡액이 세월호 침몰이었다. 죽을 노릇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라를 몽땅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그 중에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개인과 집단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참에 대통령을 갈아치우고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정체가 모호한 자들의 목소리도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진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입증해 주는 듯 하다. 할 소리와 못할 소리를 구분 못하는 것도 자유인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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