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잠잠했던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또 다시 등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2014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 일가에서 벌어진 일이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A 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이 업체 광고팀장 B 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향해 물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지난 2014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여동생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파악되면 정식 사건으로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게 된다.
경찰은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무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됐는데 감정을 관리 못한 큰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원래 예정된 휴가를 떠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대한항공 측의 의도와 달리 추가 폭로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쉽게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조 전무는 소속 부서 팀장들에게 심한 욕설을 일삼았고, 최근 1년여 간 3∼4번 팀장을 갈아치우는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는 글이 올라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이런 행태는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일”이라며 “이런 갑질 때문에 광고회사가 대한항공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사례도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등의 청원이 대두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일련의 일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은 이전에도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는 지난해 9월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만취 상태로 변호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했다.
김씨는 이미 취중난동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이 기간 중 또 갑질을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가까스로 실형을 면한 바 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대한변협은 고발자이지 피해자는 아니어서 고소 효력이 없고 폭행 당사자들은 다 처벌불원이라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지난 2016년 운전기사를 상대로 갑질한 것이 알려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정 사장은 A4용지 100장 분량에 이르는 ‘갑질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 과도한 업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매뉴얼에는 모닝콜부터 대기사항, 세탁물 배달, 청소 등의 내용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위서를 쓰고 벌점을 매기는 등 과한 처벌과 욕설‧폭언 등이 이어졌으며 이전에는 폭행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이 매뉴얼에는 ‘차량 운행 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 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임’이라는 내용도 명시돼있다. 당시 수행기사들은 불법 유턴과 중앙선 침범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가까운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했어야 함에도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며 “관계된 분들을 찾아 뵙고 사과를 드리겠다”고 사과문을 통해 밝혔다.
정 사장은 운전기사 1명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2월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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