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방침에 난감한 은행들

산업 / 유승열 / 2017-12-21 15:54:05
혁신위, 공공기관부터 제도도입 권고<br>"노조 힘 막강…기업경영 애로사항 꽃필 것"
20일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혁신위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는 권고한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가 금융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다면 힘이 막강해져 올바른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0일 혁신위는 금융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담은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노동이사제는 직장 내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날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조직의 성과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민간 금융지주에도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헌수 혁신위원은 "금융회사의 경우 다양한 주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며 "근로자들이 추천하는 분이 이사회에 참석하는 방안이 어떨지 논의했지만 상법 체계와 관련돼 금융사 내부에서 논의가 진전된 후 도입하는 게 어떻겠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혁신위 최종 권고안을 최대한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금융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만큼, 방향성이 정해지면 금융위도 금융 공공기관에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본인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자부심을 키울 수 있다. 또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 주주이익실현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더 많이 우려하며 난감해 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귀족 노조라 불리는 금융권 노조가 경영참여는 물론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나 기업경영에 관여한다면 지금보다 노조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장기성장을 위한 경영방침에 노조에 대해 불리한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는 데다, 임금인상 등에 대한 부분은 마찰을 빚으며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현 정부가 친 노조 성향이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입김을 커질대로 커졌는데,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된다면 '관치'가 아닌 '노치'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근로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우려된다. 기업성장을 위한 경영은 경영진이 하는 것이고, 직원복지 문제는 노조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가 경영까지 침범하는 것은 도를 넘는다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경영진 의사결정이 좀 더 민주적으로 되려면 이사회 구성원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도입 취지에 당연히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노사문제 전반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은행장 등 은행 경영자들도 이에 대해 거부감을 들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단 금융공공기관부터 도입된 이후 차후 상황을 보며 진행하겠다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손태승 우리은행 내정자는 지난 1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는 은행경영에 간섭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노조가 직원 대표기 때문에 좋은 창구라는 점에서 노사가 상생하는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사회 분위기나 다른 은행들의 결정을 보며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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