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이준혁기자] ‘선거의 여왕’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을 깨고 단독 과반을 차지하면서 대선 주자 레이스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내 박근혜 지지세력은 한층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힘은 수도권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향후 수도권 민심은 대선 행보에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이다.
시국은 이제 대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선 레이스를 펼칠 주자들이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여당에선 박 위원장이 독보적인 대선 행보를 펼칠 것으로 확실시 되나 아직 대선까지는 8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고 여러 변수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어 어느 누구도 대선 당선을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야권의 경우 문재인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경선을 통해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안철수 원장의 제3창달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재인 고문은 금배지는 달았으나 대권 레이스에서 약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총선 후 실시된 한 대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안철수 원장을 제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누리 총선 승리, 안철수 대선 등판 부를 것”
4ㆍ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한 것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을 정치전문가들이 내놨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박근혜 위원장의 ‘파워’를 새삼 확인한 만큼 올 대선에서 이에 맞설만한 인물, 대항마로 안 원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난 12일 “새누리당이 1당이 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야권의 정치적인 입지는 좁아진 반면 대선 후보로서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행보는 탄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민주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활약을 보면서 문재인 상임고문 카드로는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안철수 원장이 변수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겼다면 자신들만의 힘으로 대선까지 이기려했겠지만 과반의석을 내준 현 상황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선에서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결국 대선 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범야권을 비롯해 안철수 원장과 힘을 합치는 단일화 작업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이 즐거워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그는 “새누리당은 이번처럼 크게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민주당과의 일대일 대결이 쉽다고 여겨온 박근혜 위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원장의 연합체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 명예교수도 소위 ‘박근혜 대세론’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봤다. 안철수 원장의 등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교수는 “새누리당이 승리함으로써 대선주자로서 박근혜 위원장의 입지가 굳어지고 당내 박근혜 지지세력이 한층 확산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대선까지 7~8개월이 남아 있고 여러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승리가 박근혜 위원장의 대통령 당선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간 경선의 승리자가 박근혜 위원장과 대선에서 맞붙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여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거의 독보적으로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며 “야권 유력 대선 주자는 문재인 고문과 안철수 원장이므로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들 간 경선에서 정리가 되기 않겠냐”고 내다봤다.

◇대권 주자들 성과는… 박근혜 ‘탄력’ 문재인 ‘유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펼쳐진 이번 4ㆍ11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여야 모두 어느 때 보다 총력을 전개하는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대권 주자들의 성적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선 후보군들의 성과는 당 성적표와 맞물려 희비가 엇갈리긴 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입지를 확고히 한 경우도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시원찮았다면 ‘책임론’을 앞세운 비박(非朴)들의 적잖은 공세를 받았겠지만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박 위원장은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게 됐다.
여권의 잠룡인 정몽준 의원도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 이계안 후보를 제치고 7선 고지를 점령하면서 대권에 도전할 발판은 지켜냈다.
서울 은평을에서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치고 4선에 성공한 이재오 의원도 대권 주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 의원이나 ‘친이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이 의원 모두 대권 주자로서의 기본적 입지는 지켜냈지만 박 위원장의 화려한 성과와 비교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야권에서 강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문재인 당선자는 부산 사상에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면서 대권 주자 레이스에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소 쑥스러운 성적표라 간신히 페이스만 유지했을 뿐 대권 레이스에서 약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낙동강 벨트’에 문재인 후보를 필두로 문성근, 김정길 후보 등 쟁쟁한 인물들을 배치해 ‘지역 텃세’를 뚫어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가 불러올 ‘야풍’이 주목을 받았으나 박 선대위원장의 차단 노력 속에 미풍에 그친 것이 원인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예상 외로 손 후보가 선전하면서 기대보다는 낮은 표차로 당선된 것도 못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후보가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에 패했고, 진구을의 김정길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진구갑에 출마한 김영춘 후보도 낙선했다.
반면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정세균 후보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의 ‘중진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홍 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펼치고 있어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으나 52.3%를 얻어 홍 후보(45.9%)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정 후보는 13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여당 후보가 승리를 차지했던 종로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일궈내면서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견고히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총선을 치른 세종시에서 당선된 민주당 이해찬 후보도 당 내 대권 주자 경쟁에서 탄력을 받아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12번으로 나섰으나 야권연대의 참패 속에 낙선해 입지가 다소 좁아졌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예상 밖의 참패를 당하면서 ‘안철수 대안론’이 새삼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원장은 대권 도전에 대해 “대권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채 투표 독려 동영상만을 올렸다.
◇ ‘총선 승리’ 박근혜, 대선지지도 안철수 제쳐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쳤다.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1일 총선 직후 전국 만 19세 이상 투표 참여자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안철수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박 위원장이 45.1%, 안 원장이 35.9%, 모름ㆍ무응답이 19.0%였다.
이로써 지난달 양자대결 여론조사가 뒤집혔다. 지난달 2~3일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당시 안 원장이 46.6%로 박 위원장(45.7%)을 앞선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열세로 평가되던 이번 총선을 혼자 진두지휘하며 과반의석(152석)을 달성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다자대결 지지율은 박 위원장이 37.0%, 민주통합당 문재인 고문이 17.0%, 안 원장이 16.0%,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2.4%,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7%,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위원장과 문 고문 간 양자대결 지지율 조사결과는 박 위원장이 47.7%, 문 고문이 31.4%로 나타났다.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주요 정치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묻자 박 위원장의 경우 ‘더 좋게 생각됐다’는 응답이 42.6%, ‘더 좋지 않게 생각됐다’는 응답이 21.4%였다.
문 고문의 경우 ‘더 좋게 생각됐다’가 39.1%, ‘더 좋지 않게 생각됐다’가 21.2%였다. 안 원장 역시 ‘더 좋게 생각됐다’는 답이 35.1%, ‘더 좋지 않게 생각됐다’는 답이 25.8%였다.
반면 민주당 한명숙 대표의 경우 ‘더 좋게 생각됐다’(25.9%)보다 ‘더 좋지 않게 생각됐다’(37.6%)는 응답이 많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은 성ㆍ연령ㆍ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으로 선정했다. 조사는 집전화+휴대전화 RDD 방식,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5%포인트다. 응답률은 집전화 26.8%, 휴대전화 24.9%였다.
◇박근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것”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또 다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란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비대위를 만들고,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지 100일이 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며 원내 1당의 지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믿고 지지해주신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난 4년간 저희 새누리당, 국민 여러분께 여러 가지 실망을 드렸는데, 이번에 정말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먼저 저희 당 내에서부터 계파와 당리당략 등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의 그 뜻을 거슬러 민생과 관련없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투쟁을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힘주었다.
이어 “저희 새누리당은 정말 새로운 정치로 저희를 지지해주신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번에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은 분들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당을 정상화하겠다”며 “이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서 당을 정상체제로 운영하고 바로 민생문제 해결과 공약실천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겠다. 또 각 지역에서 약속드린 것을 실천해나가겠다. 그리고 그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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