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숨긴 SK케미칼·애경 뒤늦게 검찰行

산업 / 이경화 / 2019-09-24 11:35:47
공정위원장 “통렬히 반성”…1년 반 만에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고발·이마트 포함 과징금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소비자정책의 주무기관으로서 공정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8월 조사를 중단했던 SK케미칼, 애경, 이마트에 대한 재조사 결과 이들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을 숨긴 채 판매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이들 3개사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과 함께 총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SK케미칼 전직 대표들인 김창근 회장·홍지호 수원상의 상근 부회장, 애경 전직 대표들인 안용천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각 법인과 함께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다만 이마트는 공소시효(행위종료일로부터 5년)가 지나 고발 대상에선 제외됐다.


조사결과 SK케미칼과 애경은 2002년 10~2013년 4월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애경과 이마트는 2006년 5~2011년 8월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했다. 두 제품에는 인체에 유해한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이 포함됐으나 제품용기에 부착된 표시라벨에는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나 흡입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등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업체들은 오히려 아로마테라피·삼림욕효과 등의 표현을 통해 흡입 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강조했다. 이어 품질경영·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품질표시라고 기재하면서 가습기살균제가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과 관련해선 미국 보고서, SK케미칼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에서 성분물질의 흡입독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과 환경부가 역학조사에서 제품·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인체 위해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정위가 2016년 8월 19일 같은 사건에 대해 CMIT·MIT를 희석해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제재 없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한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다. 이후 피해자단체를 비롯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공정위는 재조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날 제재에서 표시광고법상 과징금 부과 상한선(3개사 합산 총매출액 74억 원의 2%)을 적용해 소비자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SK케미칼과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졌던 2011년 8월 제품 리콜(자발적 수거)을 실시한 이후 2013년 4월까지 소매점에서 관련 제품이 팔린 사실을 확보해 2018년 4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마트의 경우 2011년 8월 이후 판매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고발에서 제외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가 소비자정책 주무기관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무엇보다 피해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 과정에 법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 피해구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도와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공정위의 앞서 무혐의 결정에 맞서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가가 SK, 애경,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표시가 잘못됐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점은 다행”이라며 “SK케미칼 등은 신속히 사과하고 배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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