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4년만 역사소설 ‘흑산’ 출간

문화·라이프 / 장우진 / 2011-10-25 15:43:58

[토요경제] 장우진 기자 = 작가 김훈(63, 사진)이 신작 장편소설 ‘흑산’을 출간하며 ‘남한산성’ 이후 4년만에 돌아왔다.


‘흑산’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이에 부딪힌 지식인들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조선 후기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대안은 서양문물과 함께 유입된 천주교였다.


‘흑산’은 양반 지식인, 배교자, 노비 등 2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1758~1816)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인 황사영(1775~1801)의 삶과 죽음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약전은 흑산 앞바다에서 천주교리를 공부하며 한때 세상 너머를 엿보았으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배반의 삶을 살았다. 반면 황사영은 세상 너머의 구원을 위해 기존 사회의 질서와 이념에 맞섰다. 조정의 체포망을 피해 숨은 제천 배론 산골에서 그는 ‘황사영 백서’로 알려진, 북경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썼다. 비단 폭에 1만3000여 글자로 이루어진 이 글에서 황사영은 박해의 참상을 고발하고 낡은 조선을 쓰러뜨릴 새로운 천주의 세상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1801년 11월 배론 토굴에서 사로잡힌 그는 ‘대역부도’의 죄명으로 능지처참된다.


작가 김훈 은 “이 소설에는 많은 순교자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배교자들이 나온다. 나는 자유나 사랑이나 인간의 영원성, 불멸성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그것을 증거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고, 그런 것들을 다 버리고서 다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썼다”고 말했다.


또 “애초 생각대로 그려 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자연에서 전개된 웅장하고 장엄한 흐름의 끝이 정약전, 다산, 황사영, 순교자, 배교자 등이 꿈꿨던 도덕, 자유, 사랑 등 인간이 바라는 목표와 만나는 미래를 써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책 표지의 그가 그린 그림에서도 이 같은 의도는 드러난다. ‘가고가리’라고 명한 이 생명체는 흑산도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작가 김훈은 “배교자나 순교자들의 방향이 하나로 모여서 목표를 추구하는 게 수억년 시공을 날아가는 한 마리 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고가리’는 새, 배, 물고기, 말 등을 합성했는데 진화를 향해 나아가는 생명체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408쪽, 1만3800원,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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