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옛 명성 되살아날까

산업1 / 유상석 / 2013-02-22 13:56:37
전경련, 다시 ‘허창수號’로…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재선임됐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전경련의 옛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 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재선임됐다.


전경련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제 34대 회장에 허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상근부회장에는 이승철 전무, 부회장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각각 새롭게 선임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올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 및 내수활성화 방안마련, 산업경쟁력 강화 및 신성장동력 육성, 해외시장 진출 및 수출확대 지원사업과 사회공헌활동 확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반 조성 등 반(反)기업정서 완화 사업을 확대하고 시장경제 이념 확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는 허창수 회장, 강신호 회장, 박영주 회장, 김 윤 회장 등 회원기업 대표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윤리ㆍ준법경영 앞장설 것”
허창수 신임 회장은 전경련 제34대 회장에 재선임된 자리에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은 물론 공동체 일원으로서 사회적 기대에도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경제계도 기업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나아갈 준비를 가다듬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대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무척 어렵다. 세계경제의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축인 수출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수도 부진한 상황”이라며 “지금 무엇보다도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일깨워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특히 “창의와 혁신으로 투자를 확대해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도전과 희망의 정신으로 좋은 일자리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투명과 공정의 정신으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에 앞장서야 한다”며 “책임과 통합의 정신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 회장은 “오늘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부족한 제가 다시 중책을 맡게 되었는데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 50년간 우리는 잘 살아보자는 신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우리 기업이 사회적 배려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할 때”라고 덧붙였다.


◇ ‘2기 허창수號’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재계에선 ‘2기 허창수호’에 대한 기대감과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의구심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지난 1기 때 허 회장은 상생경제를 요구하는 정부 및 사회의 분위기와 달리 재계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다 보니 경제적 핫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전경련은 국가경제적 안목보다 재계의 방어논리에 매달리는 모양새였던 것.


전경련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면 정부는 정책을 잘 펴고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면서 “(허 회장은)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는 부분이 있는지 잘 살피면서 정부와 재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경제가 실제로 살아날 수 있도록 리더십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 비전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로 정한 만큼 과거 어느 정부 보다 민생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전경련도 과거의 입장이나 시각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다.


반면 허 회장의 연임으로 전경련 나아가 재계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새 정부의 요구수준에 따라 보조를 맞출 수도, 각을 세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어느 수준으로 형성, 추진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선 열기가 뜨거웠던 당시의 분위기가 새 정부 출범이후로도 크게 꺽이지 않는다면 재계의 고민과 불만을 전경련이 외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의 위상이 변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경제개발 초기에는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친목 단체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회장 역시 같은 궤를 따라 무게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경련 회장직을 누구도 선뜻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허 회장도 회장단의 재추대 입장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연임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 ‘2기 허창수號’의 과제는
‘전경련 허창수호 2기’ 앞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적 책임 부응이라는 양대 과제가 눈앞에 놓여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동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잠재력를 찾고 경제 살리기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이중고를 안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 침해, 산업 독과점,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따가운 상황에서 전경련이 환골탈태를 이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논란의 한 정점에 ‘전경련 해체론’까지 등장한 만큼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2기 전경련 허창수호’의 변모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전경련은 이날 총회에서 경제민주화 요구를 반영한 ‘기업경영헌장’을 채택했다.


전경련은 또 오는 3월중으로 기업경영헌장 실천을 위한 사무국을 두고 회원사 CEO들이 참여하는 실천협의체를 구성해 불공정거래, 동반성장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한 모범 규정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전경련 혁신의 성패는 이 같은 노력이 일회성 선언에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국민들이 얼마나 인정해주느냐에 달려있다.


아울러 박근혜 새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국정운영 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전경련의 쇄신 노력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새정부에서 최근 내수 중심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체감경기가 안좋아졌다고 하는데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국민들 마음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중요한 화두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자체의 위상 강화도 또 하나의 과제다. 전경련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전경련의 위상 자체도 과거와는 달리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같은 재계의 수장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던 예전의 모습은 다시 보기 힘들어졌다.


이날 정기 총회는 물론 지난 1월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도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은 모두 불참했다.


배임 등 혐의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일반적 예상을 깨고 법정 구속되는 등 재계 총수들의 분위기는 어두운 게 사실이다.


구치소 담벼락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게 기업 경영이라고는 하나 사법부의 판단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경련이 2기 허창수호 출범을 통해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뚫고 경제살리기와 사회적 책임을 선도해나가는 신뢰받는 단체로 자리매김할 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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