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 “나 떨고 있니?”

산업 / 염유창 / 2013-02-20 17:32:20
감정평가 시장 ‘포화 상태’…중개업소는 ‘양극화’

▲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 등 관련 종사자들도 시련을 겪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한 때 자격증 열풍이 불 만큼 인기였던 감정평가사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떨고 있다. 경기 불황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도 혹한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감·수익성은 줄어드는데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감정평가사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속사정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매매시장 침체와 중개업소 포화에 따른 영향으로 부동산 중개업자가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방은 세종시·혁신 도시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부동산 중개업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중개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일감·수익성↓ 선발인원은↑
최 모(37·가명)씨는 2년 전 감정평가사 시험을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최 씨는 수습 자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감정평가사 등록을 위해서는 법인 등에서 1년간 실무수습을 해야 하지만 불경기로 받아주는 곳이 줄어든 것이다. 자신과 같은 합격자들이 많다보니 감정평가협회에서 실무수습을 강제 할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최 씨는 전했다.


감정평가사 박 모(44·가명)씨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지식보다 일감을 얼마나 끌어왔는지가 더 중요한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자부심이 사라진데다 영업 압박이 심해지면서 박 씨는 기업으로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 경기 위축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감정평가사 시장이 포화 상태에 놓였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시장 규모(실질 매출액 기준)는 2007년 641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연평균 1.76%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는 5844억 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시장 규모는 축소된 반면 신규 감정평가사 선발은 늘면서 1인당 평가건수와 매출액도 감소하는 추세다.


감정평가사 선발인원은 정부가 2009년 최소 합격 인원제를 도입함에 따라 도입 전 연평균 134명에서 206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감정평가사는 3286명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사 1인당 평가건수는 1992년 229건에서 지난해 122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인당 매출액은 연평균 1.71% 감소했다. 특히 2007년 이후는 연평균 6.91% 떨어져 감소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당장 올해 총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0.56% 떨어질 전망이다. 2014년도 0.54%, 2015년도 2.01% 하락이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거래 축소에 따른 감정 일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감정평가협회가 맡았던 부동산 가격 공시 등 공적평가 업무영역이 지난해 한국감정원에 넘어갔고 은행권은 담보설정비용 축소를 위해 자체 가격평가를 활성화하는 추세다.


수수료 상하한 폭 확대로 법인 간 가격경쟁이 격화되면서 일감은 물론 수익성마저 줄었다.


특히 주 수익원이던 재건축·재개발 등 보상평가 업무가 대거 감소됐다. 뉴타운사업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가 지정 해제 등 출구전략에 돌입함에 따라 시장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소 합격인원을 축소하는 등 감정평가사 선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상황시장과 실무수습 기관 배정, 합격자 취업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합격인원을 연평균 158명 내외로 줄여야 시장에서 소화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감정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감이 줄면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실과 불공정평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불신은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켜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부동산 중개업자의 형편도 녹록치 않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MB정부 임기 중 전국 부동산중개업자 현황은 수도권이 6.8% 감소하는 동안 지방은 17.3% 증가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 전국 중개업자(공인중개사, 중개인, 중개법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서 영업 중인 중개업자가 5만5406명에서 5만1642명으로 3764명(-6.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2만7198명에서 3만1911명으로 4713명(+17.3%)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 매매시장 침체와 중개업소 포화상태에 따른 부작용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8년 1분기 5만5406명이었던 중개업자는 같은 해 3분기 5만7007명까지 늘었으나 글로벌금융위기(2008년 말) 여파로 2009년 2분기 5만5801명으로 줄었다. 이후 시장이 소폭 회복되면서 다시 2010년 1분기까지 5만6751명으로 증가했으나 시장 침체와 양극화 등에 따른 거래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2012년 3분기 현재 중개업자수는 5만1642명으로 MB 정부 임기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만4579명에서 2만2605명(-8%)으로, 경기는 2만5097명에서 2만3721명(-5.5), 인천은 5730명에서 5316명(-7.2%)으로 각각 중개업자가 감소했다.


반면 지방은 MB정부 임기 중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2분기를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13분기 연속 증개업자 수가 늘고 있다.


중개업자는 지난 2008년 1분기 2만7198명에서 2009년 2분기에 2만6943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이후 중개업에 신규 진출하는 자가 증가하면서 2012년 3분기 기준 3만191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현재 지역별로는 부산이 4856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4403명, 대구 3156명, 충남 3059명, 대전 2609명 순이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리서치팀장은 “MB정부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중개업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수도권의 경우 중개업소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거래감소로 이어진 반면 지방의 경우 기업도시, 혁신도시, 세종시 등 꾸준한 개발과 이에 따른 수요 증가로 중개업자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개업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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