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 정부와 제주도청 등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투표’가 사실상 국내전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주관사인 KT는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청의 ‘번호변경 불가’ 요청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는 “국내 전화였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 반박했다. 이에 방통위는 “국내전화 이면서 국제전화인양 식별번호를 붙인 것은 관련규정의 위반소지가 있다”며 “위원장에 직접보고하고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 정부와 제주도청 등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투표’가 사실상 국내전화였던 것으로 한 언론사의 폭로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 13일 <한겨레>는 ‘세계 7대 자연경관’ 관련 제휴통신사인 KT의 말을 인용, “해당국 교환기를 거쳐서 특정 번호에 연결되는 국제전화 방식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KT는 “교환기를 거치지 않았다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전화”라고 주장했다. “해외에 투표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투표가 가능토록 한 국제전화”라는 설명이다.
KT는 “행사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요청한일”이라며 “이미 해당 번호가 널리 홍보된 상태여서 이 번호가 국내전화 번호로 바뀌는 것을 국내 주최 측이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T는 “서버를 어느 나라에 구축했는지는 비밀 준수 의무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소명자료를 통해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T의 변명에 대해 당시 국내 행사를 담당했던 범국민추진위원회와 제주도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 외국 수신자는 없다
보통 국제전화는 국내의 서버를 거쳐 해당국의 서버를 통해 특정번호로 연결된다. KT가 무늬만 국제전화라는 의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0년 말 개설된 ‘001-1588-7715’ 번호는 당초 투표지인 영국의 ‘001-44-758-900-1290’로 연결되는 단축번호였다.
그러나 지난해 투표방식이 국제전화에서 전용망을 통한 각 국가별 자체 투표로 전환됐고 KT는 전용서버를 설치해 문자투표 시스템을 추가하고 우리말 안내를 넣으면서 더 이상 국제전화가 아니게 됐다. 해당 번호는 KT의 전용망을 오갈 뿐 외국의 수신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운영방식을 바꾼 이유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요청 때문”이라며 “뉴세븐원더스재단이 국가별로 자체 서버를 구축한 뒤 결과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을 그대로 둔 채 캠페인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KT는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청의 ‘번호변경 불가’ 요청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KT는 “해당 단축번호를 계속 사용한 것은 이미 해당 번호가 범국민적 투표 번호로 인식돼 있었고, 변경시 사용중인 각종 인쇄물 교체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제주도 고위 관계자는 “케이티는 분명히 우리에게 국제전화라고 얘기했다”며 “국제전화가 아니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국민을 낚아 돈 번 ‘KT’
또한 케이티는 국제전화에서 전용망을 통한 국가별 투표로 전환하면서 요금을 기존의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리고, 문자메시지 요금도 국제문자메시지의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투표전화 운영방식이 변경되면서 서버 및 전용망 구축 비용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뉴세븐원더스재단과 국내 주최 측인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 서버를 국내가 아닌 외국에 설치했다는 것이다.
요금에 대해선 “애초 건당 1천500원이었던 요금을 대폭 내렸다는 것을 감안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국민추진위 관계자는 “초반에 KT에 ‘쉽고 싸게 운영해달라’고 요청한 것 외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질은 항상 ‘돈’ 문제다. 행사 주관사인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주된 수입원은 각국의 제휴 통신사를 통한 통화료 수입이었고, 통화료 수입이 늘어날수록 재단과 제휴 통신사의 배분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7대 자연경관 후보국 통신사들은 모두 국내 통신망으로 문자메시지 투표를 진행했다.
이는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후보국들에 제휴 통신사를 정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 투표를 실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KT는 ‘001’ 식별번호를 붙이고 국제전화인 것처럼 투표를 진행했다. 캠페인 참여 전화는 국제전화로 포장됐고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국가 간 경쟁 이벤트로 부풀려졌다.
◇ 시민단체 “집단소송 검토중”
이번 사태에 대해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행동에 나섰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6대 단체는 지난 14일 이번 사태와 관련, “제주도와 KT 등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7대 자연경관 추진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제주도, KT 등 관계기관에 대한 고발조치와 더불어 투표에 참여한 국민을 공동 소송인단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규제기관인 방통위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001을 국내용으로 쓰는 것은 고시위반”이라면서 “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사실여부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인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르면, 다른 통신망이나 공통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해 번호 앞에 국제전화망으로의 접속일 때 ‘00X’를 붙이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방통위는 ‘서버만 국외에 두고 자사의 전용망으로 연결한 것’을 국제전화로 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겨례>는 “이번 사례를 국제전화로 인정할 경우, 전용망에다 서버만 연결한 뒤 국제전화로 내세우는 유사서비스들이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는 “방통위의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단축번호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KT의 국제전화투표시스템이 이용자 권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도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투표 요금을 과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번호가 국제전화인 양 제공되면서 이용약관보다 요금을 비싸게 책정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업체 쪽이 상세한 망 구성도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있어 보고서 작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방통위가 결론을 내기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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