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에 대해서만 수사를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SK·롯데·CJ·포스코 등 수사대상에 올랐던 다른 기업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불확실성 속에 미뤄왔던 경영 플랜을 다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로써는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진행하기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검법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이 재벌 총수 사면·복권이나 현안 해결 등을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재단법인 미르나 K스포츠에 출연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지만 삼성 이외의 기업 수사는 그간 별 진척이 없었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롯데는 최 씨 측 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송금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은 것에 대해 월드타워 면세점 등 현안에서 선처를 바라고 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SK와 CJ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자금을 출연하거나 시책 사업에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 측의 광고 계열사 포레카 강탈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들 기업들은 청탁은 전혀 없었으며 정부의 관련 특혜나 선처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 “면세점 신규 특허와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일 뿐”이라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이번 특검 발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들 기업들은 특검이 수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수사 기간 연장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특검은 야당에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해당 기업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경영 플랜을 다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23일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전문 기업인 LG실트론에 대한 인수를 마쳤다.
SK그룹은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17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이 중 11조원이 SK하이닉스의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등 국내 시설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또 인수합병(M&A) 등 전략투자에도 4조9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현대 일본 도시바 낸드플래시 부문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이같은 투자는 대부분 최태원 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특검 수사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SK그룹은 올해 채용계획을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20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비자금 수사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롯데그룹은 월드타워 준공에 따른 개장 준비와 면세점 사업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준공 승인을 받은 월드타워는 13일 롯데물산의 입주를 시작으로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입주가 시작된 상태다.
앞으로 4월 개장까지 레지던스와 오피스 등에 대한 분양과 임대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의 분양 가격이 평(3.3㎡)당 1억 원 안팎으로 국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오피스의 경우 대행사인 종합부동산회사(JLL, CBRE)들이 현재 외국계 기업, 국내 기업 등을 상대로 마케팅 중이다.
월드타워가 개장되면 월드타워몰·면세점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관광수익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롯데월드몰 및 면세점과의 시너지효과로 약 1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월드타워 인근의 관광 수입만 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미뤄졌던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곧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이달 중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대국민 사과 당시 공약한대로 그룹 핵심부서인 정책본부 7개 실을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가치혁신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실로 축소할 계획이다.
또 93개의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서비스 등 4개의 비즈니스유닛(BU)체제로 개편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인사, 조직개편과 함께 1만4000여명의 신규채용도 함께 진행한다.
CJ와 포스코 등 수사선상에 언급됐던 기업들도 경영 플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그룹은 제철소 고도화 사업과 리튬 등 신소재 개발 등 올해 3조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CJ 역시 미뤘던 임원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오너의 부재로 공격적인 진행이 어려웠던 M&A 투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빠르면 10월, 늦으면 3~4월에 인사 발표가 나기도 했다”며 “매년 상황이 달라서 인사가 언제쯤 확정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해외 M&A와 시설확충에 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2013년 2조6000억원 투자 이후 연간 투자 규모가 2조원을 넘지 못했던 CJ는 올해 공격적인 투자로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차·부영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인사·조직개편·채용·투자 등 경영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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